[오늘의스타] 스페인 토레스 … 무적함대 주포 큰일 벌일 기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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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의 후계자' '스페인 축구의 샛별' '황태자'….

설익은 찬사들은 22세의 스트라이커 페르난도 토레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사진)에겐 더 이상 어울리지 않았다. 그는 이미 '무적함대'의 선봉장이었다.

세계 최고의 골잡이 첸코(첼시)를 앞세운 우크라이나를 네 발의 함포 사격으로 침몰시킨 스페인의 주포는 토레스였다. 후반 36분 수비수 푸욜의 어시스트를 오른발 발리슛으로 연결해 경기에 마침표를 찍은 그는 경기 내내 중계 카메라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미드필드와 최전방을 쉴 새 없이 오르내리며 왼쪽과 중앙에서 찬스를 만들어 냈다. 페널티킥으로 두 번째 골을 기록한 비야에게 기회를 준 것도 그였다. 중앙에서 순간적으로 파고드는 빠른 발놀림을 우크라이나 수비수들은 따라잡지 못하고 반칙으로 저지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우크라이나가 범한 11개의 반칙 중 5개가 그에게 쏟아졌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상대 수비수를 달라붙게 만드는 돌파력은 박지성과도 닮았지만, 슈팅의 정확성은 한 수 위였다.

월드컵 처녀 출전이지만 월드컵 지역예선 11경기에서 팀 내 최다인 7골을 기록한 그는 이미 '신인왕'이 아닌 MVP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10대 시절 2001 UEFA 선수권대회(16세 이하), 2002 UEFA 선수권대회(19세 이하)에서 스페인의 우승을 이끌었던 그는 열여섯 살의 나이로 현 소속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1군에 입단했다. 입단 이듬해부터 팀의 에이스로 자리 잡은 그는 2004~2005 시즌 23골로 리그 득점왕을 차지했다.

단 한 번도 우승한 적이 없음에도 출전할 때마다 우승 후보로 거론돼 온 스페인. 2006년에는 토레스와 비야(24) 두 대의 신형 거포를 내걸고 뭔가 일을 낼 기세다. 경기 전 루이스 아라고네스 감독은 "이번에야말로 스페인이 뭔가 보여줄 때"라고 호언장담했다. 그의 머릿속 한가운데 토레스가 있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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