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 동결 가능성 커졌다…이주열 “올해 물가, 전망치보다 낮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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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한국은행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한국은행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기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국제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물가가 전망치를 훨씬 밑돌 것으로 예상돼서다. 속도 조절에 들어간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일 오전 시무식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유가가 생각보다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어 물가가 전망치보다 낮은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해 10월 올해 물가상승률을 1.7%로 전망했다. 올해 물가상승률이 이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통상 금리와 물가는 반비례 관계다. 금리가 오르면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물건을 사려는 수요가 줄고 물건값이 싸진다. 반대로 금리가 내리면 물건을 사려는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물건값이 비싸진다.

따라서 중앙은행은 물가가 예상보다 많이 오를 것 같으면 금리를 올리고, 물가가 적게 오를 것 같으면 금리를 동결하거나 내리는 게 일반적이다.

 이 총재는 올해 7월쯤 물가안정목표 설명회를 통해 물가가 낮아진 이유에 관해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올해부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연 2회 발간하고 총재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설명하기로 했다.

 대외 변수 중 통화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속도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이 총재는 “Fed의 최근 스탠스가 덜 매파(통화 긴축)적으로 바뀌었다”며 “통화정책 입장에서는 Fed의 통화정책이 천천히 가면 여러가지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Fed는 지난달 19일 올해 금리 인상 전망치를 기존의 3회에서 2회로 하향 조정했다.

 그는 “Fed이 통화정책 보폭이 (우리의 통화 정책에) 상당히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미국과 한국의 정책금리 격차는 0.75%포인트다. 미국이 금리를 추가로 인상하고 한국이 동결하면 격차는 1%포인트 이상 벌어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외국인 자본 유출 우려가 커지며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의 압박을 받을 수도 있다.

 경제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이 총재는 “경제가 안 좋으면 마음이 좋지 않은 데 우호적인 것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잠재성장률과 관련해 이 총재는 “(잠재성장률을) 추계 중인데 그대로 갈 지 내릴 지 예단할 수 없다”며 “올해 성장률 전망은 2.7%인데 잠재성장률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현재 한은이 추계한 잠재성장률은 2.8~2.9%다.

 한국 경제의 약한 고리로 지적되는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가계부채의 70% 정도는 소득이나 신용도가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문제는 취약계층이고 이 부분은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정부의 재정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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