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맥주 트로피'는 안받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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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엄격하게 금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월드컵 팀이 경기마다 수여되는 '최우수선수상(Man of the Match)'상을 받지 않겠다고 14일 선언했다. 상을 후원하는 회사가 미국의 맥주회사인 '안호이저 부시 버드(Anheuser Bush Bud)'이기 때문이다.

사우디 축구협회는 14일 튀니지와의 첫 경기 직전 성명을 통해 "이번 월드컵의 경기 최우수선수상 후원회사가 맥주회사라는 것을 알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축구협회는 또 "이슬람의 가르침에 따라 다른 무슬림 선수들도 이 상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중동권에서는 자동차 경주 시상식에서도 알콜 없는 샴페인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축구협회는 덧붙였다.

음주는 물론 술의 판매까지 절대 금지하고 있는 이슬람법에 따라 사우디 축구협회는 경기 최우수 상을 '맥주 트로피'라고 비하했다. 그러나 사우디 선수가 경기 최우수선수가 거부하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15일(한국시간) 2-2로 끝난 튀니지와의 경기에서 최우수 선수상은 첫 골을 넣고 두번째 골을 도운 튀니지의 지아드 자지리에게 돌아갔다.

사우디 언론은 15일 자국의 노장 스트라이커 사미 알자비르가 상을 받을 수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월드컵에 세번째 출전한 알자비르는 후반 교체된지 2분만인 84분에 역전골을 성공시켰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본선 모로코전에서 첫골을 터뜨린지 12년만에 다시 월드컵에서 골을 넣는 뜻깊은 기록을 세웠다. 월드컵서 12년만에 골을 터뜨런 선수는 브라질의 펠레와 아르헨티나의 마라도나를 포함해 현재까지 5명뿐이다. 사우디 일간 알리야드는 자국 축구협회의 최우수 선수상 거부선언이 알자비르 대신 튀니지 선수가 상을 수여받게된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2006월드컵 공식후원사인 안호이저 부시 버드는 매경기 직후 최우수 선수를 뽑아 컵 모양의 트로피를 수여하고 있다. 최우수 선수상 선정은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위원회가 담당한다.

카이로=서정민<특파원amir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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