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만의 지부장 경선-이연홍<정치부 기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평민당이 21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별관에서 실시했던 서울시 지부장 자유 경선은 평민당으로서는 참으로 뜻깊은 행사였다.
김대중 총재의 낙점과 접지로 이뤄지던 당내 인사, 교시만으로 대변되던 당론, 안색만으로 상징되던 당내 분위기 등 평민당이 갖고 있는「1인 정당」의 특이한 모습들을 자유 경선이란 절차를 통해 민주정당의 모습으로 탈바꿈하려는 하나의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을 보인 행사였기 때문이다.
야당사에서 유신이후 19년만에 처음으로 시당 위원장을 경선으로 뽑는다는 시간적 의미 에도 욕설과 폭력 심지 각목로 표현됐던 야당선거의 모습과는 판이하게 질서정연하게 치러졌다는 점에서 정당사적 의미까지 있다고 할 수 있다.
김 총재의 초지일관한 엄정 중립, 후보간의 탈달없는 선거운동, 대의원들의 개선된 의식수준, 선거결과에 대한 낙선자의 깨끗한 승복자세 등은 일반적으로 알고있던 야당선거 모습과는 참으로 달랐다는 중논이고 평가됨직한 사태발전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이날 경선에서 옥의 티 정도로만 덮어두기 힘든 평민당의 한계를 보여준 측면도 있어 아쉬움을 남겼다.
정견발표에 나선 후보들이 너무 지나치게 김 총재만을 찬양한 점이다.
한 후보는 약10분간의 연설동안『김대중 총재님』을 10여 차례 입에 올리면서『앞으로 지자제가 실시될 경우시장 후보나 시의원들이 총재님과 다른 길을 가려고 할 때「목숨을 걸고」멱살을 잡기 위해 이 경선에 뛰어들었다』고 경선 참여 이유를 제시했다.
다른 두 후보도「총재님」을 극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우연하게도 김 총재를 가장 극찬한 후보가 서울시 지부장에 당선됐고 그는 기자들과 만나 소감을 피력하는 자리에서『김 총재님 없는 평민당은 생각할 수 없다』고 했다.
물론 평민당의 짧은 역사, 현재의 상황, 그리고 김 총재의 경륜 및 위치, 당에 대한 기여도 등을 감안하면 그의 말은 시류를 의식한 솔직한 심정의 토로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평민당이 정말 민주정당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선 이번 행사와 같은 경선제를 확대하고 아울러 그 구성원들이 김 총재 1인 의존도에서 스스로 벗어나려는 노력도 있어야 하겠다.
어쨌든 평민당의 이번 경선은 뒷맛도 개운한 진일보의 정당행사로 타당들에도 타산지석이 되길 기대해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