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내친구] 스페인, 불꽃 화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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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스페인의 다비드 비야(中)가 두 번째 골을 넣은 뒤 페르난도 토레스(左) 등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라이프치히=연합뉴스]

스페인 주의보가 발령됐다.

스페인이 14일(한국시간) 독일 라이프치히 첸트랄 경기장에서 벌어진 H조 조별 예선 1차전에서 다크호스 우크라이나를 4-0으로 대파했다. 조 1, 2위를 다툴 것으로 예상됐던 두 팀의 경기에서 스페인이 완승함으로써 H조에서 스페인이 여유 있게 1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첫 경기 참패로 조 2위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사우디아라비아.튀니지가 두 팀과 함께 H조다.

H조는 16강전에서 한국이 속한 G조와 경기한다. G조 2위가 H조 1위, G조 1위가 H조 2위와 만난다.

스페인은 뛰어난 전력을 보유했으면서도 그동안 월드컵에서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는 8강전에서 한국에 승부차기 끝에 졌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의 경기를 보면 이번 월드컵에서 스페인의 전력은 매우 탄탄해 보인다. 한국으로서는 16강에 올라가더라도 가능하면 스페인을 피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스페인은 거미줄 같은 수비진용을 쳐놓고 미드필드에서부터 강력히 압박을 가했다. 체력과 개인기.투지.전술 모든 면에서 스페인이 우크라이나에 앞섰다.

특히 네 번째 골을 기록한 22세의 신예 페르난도 토레스가 발군이었다. 스페인의 간판 골게터 라울 곤살레스를 밀어내고 선발 출장한 그는 측면 공격과 중앙 돌파가 모두 위협적이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뛰는 토레스는 스페인의 월드컵 지역예선에서도 8경기에 출전해 7골을 기록했다.

첫 골은 전반 13분 터졌다. 짧게 감아찬 코너킥을 미드필더 사비 알론소가 머리로 방향을 틀어 골대 왼쪽에 꽂아 넣었다. 우크라이나보다 신장은 작았지만 자로 잰 듯한 코너킥은 매우 위협적이었다. 4분 뒤 추가 득점이 나왔다. 아크 앞에서 얻은 프리킥을 다비드 비야가 골로 연결했다. 비야의 슛은 벽을 쌓아 놓은 수비수의 머리에 맞고 굴절돼 네트에 박혔다. 비야는 후반 1분 토레스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면서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다. 24세의 비야는 토레스와 함께 스페인의 떠오르는 태양으로 꼽힌다. 스페인리그 발렌시아에서 뛰며 올 시즌 35경기에 나가 25골을 기록했다.

우크라이나는 무력했다. 32도의 폭염을 견디기 어려웠겠지만 터키.그리스.덴마크를 누르고 지역예선을 통과한 신흥 강호의 면모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득점기계' 첸코가 무릎 부상 후유증에도 출전했으나 컨디션이 아직 완벽해 보이지 않았고, 그런 그를 동료들이 지원해 주지 못했다. 현역 최고 골게터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첸코는 AC밀란에서 최근 5800만 달러의 이적료에 첼시로 옮긴 선수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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