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미·일 선진 기술 곧 따라 잡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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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현대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는 철강·섬유 등 재래 산업에서 컴퓨터·항공·우주 산업 등 미래 산업에 이르기까지 안 쓰이는 데가 없고 타 산업에 파급 효과가 큰 기간·첨단 산업이다.
미일을 중심으로 한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80년 1백41억달러에서 86년 2백96억달러를 기록, 연평균 14%의 신장률을 보였다.
87년을 기점으로 호황 국면에 접어든 세계 반도체 시장은 88년에는 전년대비 26% 신장한 4백60억달러를 기록했고 올해는 5백억달러를 돌파할 전망(상공부 분석).
지역별로는 86년부터 일본이 세계 전체 생산의 40%를 차지, 미국을 앞지르기 시작했고 우리나라와 대만·홍콩 등 아시아 NICS가 연평균 24%의 높은 신장세를 보여 일본·북미와 더불어 세계 3대 반도체 생산권으로 부상하고 있다.

<올해 39억불 수출>
지난 65년 고미 반도체가 반도체 칩의 전단계인 트랜지스터를 조립 생산하면서 시작된 국내 반도체 산업은 저년에 컬러TV용 LSI, 83년에 64KD램을 개발하고 84년에는2백56KD램, 86년 2백56KS램과 1메가D램, 88년엔 4메가D램·1메가S램·2백56KEEP롬 등의 개발에 성공하는 등 국내 반도체 생산 기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보여 일본·미국 등 선진국과의 격차를 1년 정도로 좁혀 놓고 있다.
생산량도 급격히 증가, 83년 8억5천만달러 규모였던 것이 연평균 28.3%씩 성장, 87년엔 23억달러, 88년엔 35억달러에 달했고 올해엔 49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국내 생산량 대부분은 수출에 충당, 88%년의 경우 전체 생산량의 88%인 31억달러 어치가 수출됐고 올해는 39억달러가 수출될 전망이다.
한편 반도체 국내 수요량은 모두 20억달러 규모로 그중 20%에 해당하는 4억달러 어치 정도를 국내 생산품으로 조달하고 나머지 16억달러 어치를 수입해 쓰고 있다. 국내 생산 물량이 많은데도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것은 제품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이다.
국내 반도체 생산 업체는 현재 29개사에 달하고 있으나 웨이퍼 가공을 포함한 일관 생산 업체는 삼성전자·금성사·현대전자·대우통신·한국전자 등 5개 업체에 불과하며 니머지 업체들은 주로 가공된 웨이퍼를 수입, 조립하는데 그치고 있다. 그 중에는 세계 최대 규모인 아남산업을 비롯, 모토로라 코리아·페어차일드 코리아 등 합작회사와 한국 다이오드 등이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선두 주자는 삼성전자(대표 강진구). 삼성의 반도체 역사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역사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은 74년 전자시계용 반도체인 CMOS 생산에 성공한 이후 78년 리니어 IC, 81년 컬러TV IC, 83년 64KD램, 84년 2백56KD램, 86년 2백56KS램 개발에 성공했고 87년에는 1메가D랩을 생산함으로써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 후 88년 4메가D램·1메가S램·2백56KEEP롬 등의 개발에 성공,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적인 반도체 메이커로 부상했다.
삼성은 현재 기흥과 부천에 생산라인을 갖고 있는 외에 미 샌타클레라에 미 현지 공장을 준공(87년), 가동 중에 있다.
기흥 공장에서는 주로 D램·S램 등 최첨단 메모리 제품을, 부천 공장에서는 로직IC·주문형IC 등을 생산하며 제품의 종류는 3천여개에 달한다.
지난해 6천7백억원의 매출을 기록, 87년대비 1백% 이상의 신장률을 보였고 올해는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회사측은 보고 있다. 그 중 수출은 88년의 8억4천만달러에서 올해는 1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는데 88년 수출액은 87년보다 무려 2.6북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수출 증가로 삼성은 반도체 부문에서 매출액 규모로 미·일·유럽 이외의 국가로는 처음으로 20위권에 진입, 88년말 현재 세계 18위를 달리고 있다.
반도체 개발을 맡고 있는 기흥연구소는 50명의 박사를 포함한 7백명의 연구진을 보유하고 있고, 미국 현지 법인의 연구 인력까지 합하면 그 수는 1천2백명에 달한다. 올해 기술개발에 1천5백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금성사(대표 구자학)도 76년 IC사업에 착수한 이래 79년 금성 반도체를 설립, 본격적으로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다.
청주 공장에서는 메모리 분야, 구미 공장에서는 게이트어레이·스탠더드셀 등 로직 분야와 ASIC분야(특정용도 IC)의 반도체를 주로 생산한다. 생산 품목은 3백여종. 지난해 매출액은 1천억원으로 이중 수출은 1억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1천7백억원으로 이중 1억9천만달러 어치를 수출할 계획이다.

<박사 인력 수두룩>
금성사도 새로운 제품 개발에 주력, 지난해 연구 개발에 2백50억원을 투입한 것을 비롯, 모두 1천2백50억원을 투자했다. 올해엔 연구 개발에만 5백억원을 투자하고 그 밖에 시설 확장 등 모두 3천5백억원을 투자할 계획.
83년 설립된 현대전자(대표 정몽헌)는 이천에 21만평 규모의 생산 공장을 갖고 있는데 지난해 매출액 4천5백억원 중 반도체가 차지한 비중은 34%인 1천5백억원. 올해 매출 목표는 3천억원.
현대는 83년 미 샌호체이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고 88년에는 회사 창립 5년만에 흑자 원년을 기록했다.
83년 대한전선으로부터 반도체 사업 부문을 인수, 출범한 대우통신(대표 박성규)은 지난해 매출액이 40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아직 미미한 상태다.
그러나 올해는 작년의 5북인 2백억원 매출에 1백50억원 어치를 수출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 놓고 있으며 2백50억원을 연구 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다.

<기초 과학이 취약>
국내 반도체 산업의 최대 과제는 16메가D램·64메가D램의 개발.
이를 위해 국내 업계는 한국 반도체 연구 조합을 86년에 결성해 개발 계획을 수립, 추진해 나가고 있다.
정부 지원 6백억원과 기업 출연 1천3백억원 등 모두 1천9백억원이 투입 될 16, 64메가D램 공동 개발 계획이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90년까지 16메가D램, 92년까지 64메가D램을 우리 손으로 만들게 된다.
이처럼 세계 정상의 기술 수준에 도전하는 우리 반도체 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적지 않다.
한국 반도체 연구 조합의 반재봉 과장은 『반도체의 밑바탕이 되는 기계·전자·화학 등 기초 과학 분야가 취약한 게 장기적인 발전에 저해 요인』이라며 『반도체는 기술 개발이 생명인데 기업이 이윤을 남겨 투자하려면 시간이 너무 걸리므로 정부의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공부 전자 부품과 김광식 과장은 ▲생산 제품의 다양화 ▲설계 능력 제고 ▲반도체 소재와 장비 국산화 촉진 ▲대학 연구 능력 확충 등이 시급한 과세라고 지적하고 있다.<유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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