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번엔 짝퉁 싼타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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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마티즈'에 이어 '짝퉁 싼타페'가 중국 시장에 등장해 현대자동차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국 중동부 안후이(安徽)성에 본사를 둔 장화이(江淮)차는 올 가을께 짝퉁 구형 싼타페를 시판할 예정이라고 중국 자동차업계 소식통이 13일 전했다. 이 회사는 싼타페와 극히 유사한 이 모델을 개발해 지난달 시험 운행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싼타페의 독특한 헤드라이트.안개등과 후면 방향등을 포함해 외형이 거의 흡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내장도 80% 이상 싼타페 것을 그대로 썼다. 다만 내.외장 마무리와 세부 마감 부분에서 진짜보다 미흡하다는 게 이 소식통의 판단이다. 그는 "제품이 너무 흡사해 현대차 현지 연구소에서 설계도가 유출된 게 아니냐 하는 추측이 나왔을 정도"라고 말했다.

'짝퉁 마티즈'가 2002년 중국에 등장한 적이 있다. 원제조사인 GM대우가 짝퉁을 만든 중국 체리차를 상대로 2004년 소송을 냈다가 지난해 말 취하했다. 한국산 경차가 아닌 주력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짝퉁으로 중국 내에 유통될 경우 한국차의 현지 영업에 적잖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구형 싼타페는 미 캘리포니아 디자인센터에서 설계했다. 2000년 출시 후 지난 3월 단종될 때까지 국내.해외에서 각각 79만, 32만 대가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장화이차는 단순 조립을 포함해 중국 내 100여 군데에 달하는 크고 작은 자동차 업체 가운데 상위권에 속한다. 현대차 생산기술을 받아 2001년부터 레저용 밴인 스타렉스를 현지 조립생산(CKD)해 왔다. 장화이차는 지난해 말 현대차 본사에 "스타렉스 이외에 싼타페 기술까지 이전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적이 있다.

장화이차는 올 9월께 짝퉁 싼타페의 중국 내 시판에 나서 연간 3만 대를 팔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싼타페의 현지 조립생산을 산둥(山東)성의 룽청화타이(榮城華泰)차와 협의해 왔다.

현대차 중국본부는 마땅한 대응수단이 없어 난처한 입장이다. 본부 관계자는 "자동차 관련 인허가권을 중국 정부가 쥐고 있어 소송을 내기에 눈치가 보인다"며 "소송을 내면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자동차 합작사업 대신 자국 업체의 독자모델 출시를 적극 장려하는 상황에서 법적 분쟁으로 문제를 일으키면 인허가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짝퉁 차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태도 변화가 감지된다. 중국 법원은 2004년 12월 '홍다(Hongda)'라는 영문 상호를 쓴 중국의 한 자동차 업체에 일본 혼다에 147만 위안(약 1억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의 강철구 이사는 "짝퉁 차 업체에 일단 문서로 정식 항의한 뒤 소송을 통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차는 지난해 중국에서 23만 대를 팔아 판매순위 4위에 올라 있다. 올해는 판매목표를 30만 대 넘게 잡았다.

GM대우도 마티즈(중국명 스파크)와 외관.내장이 비슷한 체리차의 'QQ'로 곤욕을 치렀다. 이 차는 신차 개발비가 들지 않은 덕분에 판매가가 3만3000위안(약 400만원)으로 진짜보다 1만3000위안(156만원)이나 싸 요즘도 월평균 1만 대 정도 팔린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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