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값 하락에…7분기 연속 14조 영업이익 기록 깨질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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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발표될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훨씬 저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가격이 급락하고 있고, 주요 거래처가 연말을 맞아 재고 관리에 나서면서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6분기 연속 14조원 이상을 기록했던 영업이익 신기록 행진도 멈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올 한 해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48조3300억원과 62조600억원을 올려 지난해 실적(각각 239조5800억·53조6500억원)을 뛰어 넘는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다음 달 8일쯤 올해 4분기 잠정 실적을 공시한다. 이에 앞서 증권가가 예측한 전망치 평균은 매출 63조8300억원에 영업이익 13조9700억원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4분기(65조9800억원·15조1500억원)보다 매출은 3.2%, 영업이익은 7.6%가 줄어든 것이다. 특히 분기 영업이익이 14조원을 밑도는 건 지난해 1분기(9조9000억원) 이후 7분기 만에 처음이다.

증권사들이 잇따라 삼성전자의 실적 둔화를 점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반도체 업황의 하락 때문이다. 반도체는 올 1~3분기에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79%를 담당하며 실적을 이끌었다. 하지만 지난 9월 8.19달러까지 올랐던 D램 가격(DDR4 8Gb 고정거래가)이 10월엔 7.31달러로, 11월에는 다시 7.19달러로 내려 앉았다(반도체 시장 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

지난 2년여간 이어졌던 반도체 시장의 장기 수퍼 호황이 마무리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부 현실화한 셈이다. 여기에 주요 거래처가 연말을 맞아 재고를 털어내는 과정에서 수요까지 줄어 가격 하락이 가팔라졌다. 이런 이유로 도이치 증권은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의 영업이익이 지난 3분기 13조7000억원에서 4분기에는 8조5000억원까지 줄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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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스마트폰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이 거세 모바일 사업 부문의 부진도 4분기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디스플레이(DP)와 소비자가전(CE) 부문은 프리미엄 제품군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대체로 선전할 것으로 예상됐다.

문제는 내년에도 상반기까지는 실적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증권가의 내년 1·2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각각 12조3600억원과 12조400억원 수준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실적이 부진해보이는 것은 올해 사상 최고 실적을 낸 데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한 탓이 크다. 분기 영업이익 12조원도 2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어려웠던 수치인 만큼 호황이 끝났다고 언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NH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2분기부터는 반도체 업황이 다시 회복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등 불확실성도 상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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