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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탁 선거의 결정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12일에 있었던 공화당 이홍섭 후보의 사퇴표명은 과열과 타락으로 얼룩진 동해시 재선거에 「인신매매」라는 시비마저 가세시킨 오탁 선거의 결정판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피차 부정과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며 상호비방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던 터에 사퇴사건은 아예 판을 온통 휘저어 버린 것이다.
이 소동으로 당체면에 먹칠을 하게 된 공화당의 청년당원들은 잠적해 버렸던 이후보의 수색에 나서 마침내 「검거」한 뒤 추궁끝에 금품을 수수했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이후보가 울면서 「취조」를 당하는 지구당사 사무실 안팎은 이후보를 『때려 죽여라』는 청년 당원들의 고함과 몸싸움 등으로 가위 난장판이나 다름이 없었다.
「동해의 일꾼」으로 떠받들어지던 정치인이 한순간에 「협잡꾼」으로 탈바꿈된 것이다.
각당의 대응 또한 마찬가지였다. 시정 잡배들이나 씀직한 갖가지 원색적인 욕설이 난무하고 극단적인 매도와 비난을 주고받기에 혈안이 된 모습들이었다. 물론 사퇴소동에 뒤얽힌 내막이야 자세히는 알 도리가 없다.
그러나 당초 이후보가 『야권의 단일화를 위한 살신성인의 결단』이라고 표명했던 것에 비추어 볼 때 사태의 전개가 그같은 좋은 의도와는 엄청난 간격을 갖고 있다는 느낌만은 지울 수가 없다.
공화당측의 「물증확보」 주장이나 민주당의 「모함」이라는 반론등이 그 진위는 차치 하고라도 정치판은 추잡하다는 부정적인 시각을 더욱 심화시키게끔 만들고 있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정치를 둘러싼 음모와 술수는 공통된 현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동해시의 재선거 과정은 아무리 접어주려 해도 지나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명색이 선량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탈법·부정·매도 등 저열한 추태들을 밥먹듯이 일삼았다.
도대체 누가 깨끗하고 낫다고 구별을 지을 수가 없다.
이 후보 사퇴를 둘러싸고 각 당들은 저마다 손익을 점검하느라 여념이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모든 정치인들은 이 선거를 보는 국민의 시각이 어떤 것임을 깊이 새겨봐야 할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겨야 된다니…』라는 불신과 혐오의 벽이 점점 높고 두텁게 쌓여가고 있음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다른 후보들은 선거의 원인무효를 주장하고 나섰지만 자칫 정치무효로 이어질까 두려운 생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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