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이동은 엄중 통제|80년보다 긴장감 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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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평양 시민·거리의 표정>
【평양 로이터=연합】가로수를 심은 널따란 평양의 거리들은 청소가 잘 돼있으며 통행차량은 별로 없다. 이들 거리는 아시아의 어떤 도시에나 북적거리는 자전거와 노점상 및 광고물들이 없다.
주민들은 주요 도로들이 텅 비어 있음에도 불구, 도로의 횡단보도보다는 지하도를 고분고분히 걷고 있다.
반면 북한의 고위관리들은 북한이 외채상환을 이행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 근로자들이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고급 메르세데스나 볼보 승용차를 타고 거리를 활주하고 있다.
평양에서 오래 살고 있는 한 외국인은『이곳은 아시아에서 가장 훌륭한 도시중 하나』라고 평가하고『그러나 그렇게 되기까지의 대가는 엄청난 것이었다』면서『막대한 자발적 노동이 없었다면 이 모든 건물들은 건설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자발적 노동」이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이 외국인은『북한 주민들은 국가적 긍지를 갖고 있으며 그같은 건설사업에서 일하려 한다. 동류 집단의식 또한 대단하다』고 말하면서 그러나『만일 이같은 사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북한에서 가장 좋은 평양에서 살 권리를 잃을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북한이 세계 최대의 유개 체육 경기장이 될 것이라고 자랑하는 관람석 15만석의 능라도 경기장은 오는6월 준공 예정으로 현재 마지막 손질을 하고 있는 근로자 5천명 중 상당수가 자발적 노동 주민이다.
그러나 평양엔 이미 여러 대형 경기장이 있는데 왜 이같은 초대형 경기장을 건설하는가.
능라도 경기장 건설 현장의 한 근로 감독관인 박병빈씨는『우리는 영리나 과시목적이 아닌 체육과 문화에 대한 인민의 수요 증대에 부응키위해 이 경기장을 건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유럽인들은 우리를 깔보고 있으며 아시아인들은 이같은 대형 경기장의 건설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평양을 빠져나가는 차량을 세워 증빙서류를 검사하고 있다. 안내원은 북한 주민은 국내 어디든 여행할 자유가 있다고 주장했으나 한 외교관은 주민들의 이동은 엄중히 통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국어를 하는 한 외국인은 자신이 평양에서 유학생활을 했던 80년대 초 이후 그같은 긴장은 상당히 완화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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