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의유학길잡이] 친구 따라 유학 간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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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선 고교의 해외 진학 지도교사로서 안타까울 때가 있다. 유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숫자가 늘고 있지만 학교 차원의 체계적인 안내나 제도적 지원은 여전히 미흡하기 때문이다. 해외 유학반을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몇몇 학교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일반고 유학 준비생들은 사설기관(유학원)에 의지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는 이 난을 통해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대학 유학을 꿈꾸는 고교생들에게 정확하고 생생한 유학 정보를 제공해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한다.

필자는 유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먼저 왜 유학을 가는지에 대한 꼼꼼한 자기분석부터 하도록 지도한다. 아이들은 막연히 세계화에 대한 관심이나 한국 입시 풍토에 대한 염증으로 유학을 택할 수 있다. 그러나 무작정 '유학 따라 가기'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능력과 특성을 최대한으로 살리는 데 해외 유학이 낫겠다는 정확한 자기 판단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성공적인 유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외 유학은 다양한 언어.문화를 접하게 해 세상을 넓게 보는 안목을 키워준다. 한국 대학과 달리 학생 개개인의 능력을 고려한 다양한 잣대로 선발하기 때문에 대학 선택의 폭도 크다. 대체로 3학년 진급 때에야 전공을 결정해 2학년까지는 자신의 적성을 최대한 살려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소규모의 토론식 수업(Debating)이 이뤄져 교수의 강의뿐 아니라 함께 수업을 듣는 학생들로부터 창의적인 생각을 배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해외 유학이 무조건 인생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유학을 떠났다가 중도 탈락하거나 귀국 후 기대했던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사례도 적잖다. 따라서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유학 동기부터 분명해야 한다. 그리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외에도 경제.학업수행.외국어 능력 등 자신의 환경과 진로를 꼼꼼히 살펴야 만족스러운 유학 생활을 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한국이든 외국이든 자신의 능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명수 민족사관고 유학반 담당교사

◆ 김명수 교사는

성균관대 물리학과 대학원을 마친 후 8년간 미국에서 물리.전자공학을 전공했다. 2000년부터 민족사관고에서 물리 교사이자 120여명을 유학시킨 전문 '칼리지 카운슬러'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6년 동안 미국.영국.캐나다 등 세계 30여 개 대학을 방문, 각 대학 입학 담당관으로부터 교육 프로그램과 입학 전형 요소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왔다. 이 외에도 AP 코디네이터, SAT. PSAT 수퍼바이저, 유학반 교육 프로그램 연구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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