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패러글라이딩을 하지 않더라도 마음은 벌써 유유히 창공을 나는 한 마리의 외가리. 눈 시린 쪽빛 하늘을 보다가 눈을 감고 좌선에 들면 아련히 선인(先人)들의 바이칼 호수가 떠오릅니다. 우리의 형제 브리야트족과 몽골인들이 말을 타고 초원을 달리고, 마침내 시베리아 횡단 열차가 기적 소리를 울리며 바이칼 호수를 에돌아가고 있습니다.
시베리아의 진주로 불리는 바이칼은 민족 시원의 자궁 같은 곳. 지난해 그곳의 알혼 섬 부르한 바위 앞에 자작나무 솟대 하나를 세웠지요. 녹색 영성순례단의 이름으로 돌아가신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오늘은 지리산을 바라보며 솟대의 안부를 묻습니다. 한번이라도 바이칼의 차고 맑은 물을 마셔본 사람이라면, 세상의 모든 물은 다 바이칼의 물입니다.
이원규 <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