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합작투자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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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평양 AFP=연합】아시아에서 가장 중앙집권화 된 체제인 북한이 외국으로부터 새로운 기술을 얻기 위해 조용하게 합작투자를 실험하고 있다.
북한의 이같은 외국자본 도입 실험은 또 소련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거의 10년간 갚지 못하고 있는 45억 달러로 추정되는 외채부담도 완화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이곳의 외국 외교관들은 보고 있다.
북한 경제가 지탱하는 것은 거대한 액수의 소련 돈 주입 덕분인 것으로 널리 추측되고 있는데 이 돈마저 당장 돈벌이가 안 되는 좌석 15만개의 경기장이나 1백5층 짜리 호텔건축 등 대규모 과시용 건설비에 주로 들어간다.
그러나 소련이 자체 경제문제 때문에 긴축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외국의 채권국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빚 독촉을 하는 바람에『유일한 길은(합작을 통한) 북한의 개방뿐』이라고 한 외교관은 말했다.
북한의 외국으로부터의 투자와 기술도입은 동구 국가와 자본주의 국가들로부터 이루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는 스위스가 투자한 시계 공장이 있고 불가리아와의 세탁기 조립공장, 소련과의 전지 공장, 벨기에와의 공업용 다이아몬드 연마 공장 등이 있으며 폴란드는 광업과 해운업에 투자하고 있다.
북한은 외국인들의 투자뿐 아니라 해외 교포들의 투자 유치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재일 한국인들로 북경을 거쳐 북한에 들어온다.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현재 일단의 캐나다와 미국 거주 교포들이 약 1백만 달러 규모의 신발 공장을 평양에 세우는 계획이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이를 위해 제화기도 이미 수십대를 홍콩에서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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