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 북한·이란 방문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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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중남미 반미 좌파운동의 기수인 우고 차베스(사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11일 북한과 이란을 곧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일요 주례 방송에 출연, "이른 시일 내 북한에 갈 것이며 조만간 이란도 방문할 것"이라며 "이는 (이 나라들과의) 전략적 동맹을 강화하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와 중국을 방문하는 길에 두 나라를 들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방문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북한과 이란은 현재 핵 개발 문제로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차베스는 그동안 석유를 앞세워 남미의 좌파 정권을 지원해 왔다. 미국에 적대적인 쿠바와 경제적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과 손잡고 반미 노선의 선봉에 섰다.

차베스의 이런 외교 행태를 감안할 때 그가 북한에 석유를 제공하거나 경제협력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대북 금융제재를 통해 북핵 문제를 풀려는 미국의 전략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

북한과 베네수엘라는 지난해 가을부터 잦은 접촉을 하고 있다. 북한의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해 9월 베네수엘라를 방문한 데 이어 11월에 임경만 무역상이 방문, 무역협정을 체결했다.

베네수엘라도 4월에 로시오 곤살레스 신임 대사를 평양에 보내 북한 정부에 신임장을 전달했다. 북한과 베네수엘라는 1974년 수교했으나 상주 대사관은 개설하지 않고 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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