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지존'을 꿈꾼 미치광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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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는 사건·사고로 왠만한 것에는 별로 놀라지도 않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지난 94년 연이어 발생한 지존파와 온보현 사건, 증인 보복살인, 성수대교 붕괴, 충주호 유람선 화재사건은 그 잔혹성과 의외성으로 가히 충격적이라 할 수 있다.

그중 온보현 사건은 전직 택시기사였던 溫씨가 "내 나이만큼 사람을 죽이겠다"고 결심하고 훔친 택시를 이용, 탑승한 부녀자 6명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이중 2명을 살해해 시민들로 하여금 불안과 공포를 넘어 분노마저 느끼게 한 사건이다.

경찰에 따르면 溫은 9월 12일 택시를 탄 許수정씨를 납치, 현금 10만원과신용카드 2장을 빼앗은 뒤 13일 오전 5시30분쯤 경기도 용인의 한 야산에서 비닐봉지로 머리를 씌우고 삽으로 머리등을 때려 살해했다. 溫은 이틀후인 14일 박주윤(朴周允.24.홀트특수학교 교사.서울송파구방이동)씨를 같은 방법으로 납치, 현금·시계등을 빼앗은뒤 朴씨가 반항하자 흉기로 옆구리. 목등을 다섯차례 찔러 살해하고 다음날 오전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지하통로입구 주변에 버렸다.

溫은 이에 앞서 이달 1일과 11일 權모씨(43.여.노래방주인)와 嚴모씨(21.여.호텔종업원)등 택시승객 2명을 납치,성폭행하고 전북김제.강원도 횡성의 야산으로 끌고가 금품을 빼앗은뒤 손발을 묶어두고 달아났다

범행 과정에서 손을 다치는 바람에 추가범행을 저지르지 못하게 된 溫은 경찰의 공개수사로 자신이 수배된 것을 알고 94년 오늘 경찰에 자수했다.

그는 경찰에 자수할 때 자신의 범행을 낱낱이 기록한 수첩도 함께 가져오고, 범행재현 때에도 태연한 모습을 보여 그 뻔뻔함에 수사관들도 혀를 내둘렀다. 그의 범행일지에는 '세계 제일 살인마가 되겠다'고 다짐한 글이 적혀 있었지만 다음해 11월 지존파 일당과 함께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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