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다문화 학교폭력’ 넘어서야 한국의 경쟁력 커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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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다문화 가정 학생들이 겪는 학교폭력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욕설과 따돌림, 심지어 집단 폭행을 당하는 일도 적지 않다고 한다. 같은 학교 친구들이 “옷을 벗긴 뒤 때리고 매직으로 몸에 낙서한다”거나 “튀기·초코파이·깜둥이로 부르며 괴롭힌다”는 증언이 나왔다(중앙일보 12월 13일자 8면). 이제는 “그냥 놔두면 해결될 것”이라고 방치할 단계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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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이런 학교폭력에 노출되는 아이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문화 가정 자녀(만 7~18세)가 올해 12만2212명으로 6년 사이에 세 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이들 상당수가 외모가 다르다거나 한국말이 서투르다는 이유로 폭력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실제 피해를 본 다문화 가정 학생들은 여성가족부의 공식 통계(2016년, 5.0%)를 훨씬 웃돌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인천에서 집단 폭행을 당하다 추락해 숨진 중학생도 다문화 가정 자녀였다.

이러한 다문화 청소년 대상 학교폭력은 한국 사회의 차별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계속 방치할 경우 심각한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할 수밖에 없다. 다문화 가정 청소년들은 머지않아 사회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다. “화약고가 되는 것 아닌가 우려했는데, 지금은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는 초등학교 교사의 말은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무엇보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을 제도권으로 포용할 수 있도록 다문화 학교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상담 프로그램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이들의 사회적 역량을 개발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초기 정착 단계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사회 적응 지원부터 진로 준비 등 사회 진출 지원까지 적극적인 단계별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그 결과 ‘다문화’라는 이름의 구별짓기가 사라질 때 우리는 한 뼘 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