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립 직전까지 간 대구 첫 동물화장장, 사실상 무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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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서구 상리동 동물화장장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 100여 명이 동물화장장 신축에 따른 개발허가 심의가 열리는 지난달 28일 오전 서구청 앞에서 반대 집회를 열고 구청 정문 앞에 누워 차량 출입을 막고 있다. [뉴스1]

대구 서구 상리동 동물화장장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 100여 명이 동물화장장 신축에 따른 개발허가 심의가 열리는 지난달 28일 오전 서구청 앞에서 반대 집회를 열고 구청 정문 앞에 누워 차량 출입을 막고 있다. [뉴스1]

주민 반발을 불렀던 대구 첫 동물화장장 건립이 허가 직전까지 갔다가 사실상 무산됐다. 지난 7일 가결된 동물보호법 개정안에서 '동물장묘시설은 학교와 300m 이내 지역에 짓지 못한다'는 거리제한 규정이 생기면서다.

올 8월 대법원 "적법하다" 했지만 #지난 7일 개정된 동물보호법 적용하면 #학교 300m 이내에는 지을 수 없어 #동물화장장 계성고와 192m 거리

대구 서구청 측은 12일 "서구에 들어설 동물화장장은 상리동 계성고등학교와 직선거리 192m로 300m 이내"라며 "개정된 동물보호법을 적용하면 동물화장장 건립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서구 상리동에 지상 2층, 연면적 1924㎡ 규모로 들어설 예정이었던 동물화장장은 주민 반대로 법정까지 간 사안이다. 지난해 3월 한 사업자가 서구청에 동물화장장 건축 허가를 신청했고, 주민들은 "민가, 학교와 거리가 너무 가까워 안된다"며 반대했다. 서구청이 신청서를 반려하자 사업자는 같은 해 5월 허가 신청 반려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올해 8월 "적법한 동물화장 시설을 구청이 반려할 수 없다"고 사업자의 손을 들어주면서 동물화장장 건립 절차가 다시 진행됐다.

지난 10월 19일 오후 대구 서구지역 주민 200여명이 서구청 앞에서 상리동 인근 동물화장장 건립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뉴스1]

지난 10월 19일 오후 대구 서구지역 주민 200여명이 서구청 앞에서 상리동 인근 동물화장장 건립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뉴스1]

주민 반대는 격해졌다. 지난 10월 동물화장장의 환경적 타당성 등을 검토할 심의가 열릴 계획이었지만 주민 500여 명이 서구청에 몰려와 반대 시위를 하면서 심의가 연기됐다. 지난달 28일 다시 열린 심의에서 서구청은 자료 부족을 이유로 재심의를 결정했다.

서구청 도시재생과 관계자는 "사체 분진 등으로 인한 환경영향평가 자료 부족, 동물화장장 진입도로의 좁은 폭 등으로 사업자가 자료를 보완해오면 재심의를 열고 나머지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대구 서구 상리동 동물화장장 신축에 따른 개발허가 심의가 열리는 지난달 28일 오전 서구청 공무원들이 구청 내부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뉴스1]

대구 서구 상리동 동물화장장 신축에 따른 개발허가 심의가 열리는 지난달 28일 오전 서구청 공무원들이 구청 내부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뉴스1]

상황은 지난 7일 민홍철(경남 김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동물보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뒤집혔다.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20가구 이상의 인가 밀집지역과 학교, 마을회관 등의 공중집합시설 300m 이내 지역에는 동물장묘업을 등록할 수 없다. 대구 동물화장장은 계성고등학교와 직선거리 192m로 사실상 동물화장장 건립이 불가능해진 셈이다.

주민들은 반기고 있다. 석휘영 동물화장장 반대대책위원장은 "그동안 동물화장장 반대 시위가 지역이기주의로만 비쳐졌는데 구체적 기준이 생기면서 오해가 풀린 것 같다"며 "개정된 법으로 전국에서 동물화장장을 두고 생기는 갈등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자는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서구청의 재심의 판정 이후 사업자는 "이미 4개월 전에 대법원 적법 판결이 났는데 지금까지 허가가 나지 않은 것은 서구청이 고의로 절차를 늦추기 때문"이라며 항의했다.

서구청 도시재생과 관계자는 "개정된 동물보호법이 시행되는 내년 3월까지는 3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 그 안에 재심의, 건축 등의 전 과정을 거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건축되더라도 개정법을 적용하면 동물장묘업 허가가 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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