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에서 당권으로 선회하는 강재섭 의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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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차기 당대표 선출(다음달 11일 전당대회)을 앞두고 당권 후보들의 윤곽이 나오고 있다. 이번에 뽑힐 당대표는 이변이 없는 한 내년 대통령선거를 이끌게 된다. 2008년 총선도 지휘하는 중책이다. 차기 당대표 후보로는 이재오 원내대표가 일찌감치 부각됐다. 그는 1월 원내대표 경선에 나서며 "7월 전당대회 전에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6개월 안에 원내대표직을 던지는 배수진을 친 뒤 박 대표와 호흡을 맞춰 당을 잘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으면 당대표에 도전하겠다는 심산이었다고 측근들은 전한다. 이 원내대표는 11일 "아직 원내대표직을 맡고 있어 출마 여부를 말하기 곤란하다"고 했으나 주변에선 그의 출마를 공식화하고 있다.

여기에 대선 출마에 마음을 뒀던 강재섭(사진) 의원이 "당대표 출마도 고민 중"이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이 원내대표의 전임인 강 의원이 뛰어들면 선.후임 원내대표가 차기 당권을 두고 경쟁하는 구도가 된다. 강 의원은 "대통령선거에 나가려 했으나 내년 대선까지 당이 분열되지 않도록 이끌어달라는 의원들의 요청이 많아 고민 중"이라며 "내가 대통령병에 걸린 사람도 아니니 필요하다면 시대에 봉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나로서는 (5선 의원으로서) 정치 생명을 걸어야 하는 문제인 만큼 여러 사람들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덧붙였다.

당대표 경선 출마를 가장 먼저 선언한 이규택 최고위원도 변수다. 이 최고위원 측은 박근혜 대표 쪽 지지를 기대하고 있어 차기 당권을 두고 '박근혜-이명박 대리전' 분위기가 형성될지도 관심거리다. 이 원내대표는 이 시장과 가깝다. 그러나 당내에선 이번 경선이 대선 주자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당내 소장파 의원들은 8일 "대선 후보들은 엄정 중립을 표방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박 대표 측근으로 경선 출마가 거론됐던 김무성 의원은 "대표 경선이 대선 후보 대리전이 될 수 있다는 당내 염려를 반영해 출마를 포기한다"며 "대신 원내대표 선거에 나서 국회 운영에 기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 측도 "대표 경선에 나서게 되면 '공정경선관리위원회'를 만들어 특정 대선후보가 유리해지는 상황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공약을 내놓을 것"이라며 중립성을 강조했다.

2003년 당대표를 지냈던 박희태 국회부의장도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5선 중진의 관록으로 대선 경선을 이끌어갈 '관리형 대표'로서 적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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