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헬기까지 동원 작전수립|현대중 공권력 투입. 초읽기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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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치안본부는 28일 오후10시부터 김효은 본부2차장·이강종 경비부장 등 관계자들이 구체적인 작전계획을 수립하느라 철야작업.
경찰은 이미 지난주 초 이 경비부장 등이 울산현지에 내려가 헬기 등을 동원, 진압작전 계획을 세웠는데 현대중공업의 부지가 2백30여만 평에 이르고 파업근로자 수가 3천여명에 달해 최소한 80여개중대(1만여명) 이상의 경찰력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
치안본부의 한 관계자는『경찰력 투입으로 사태의 완전해결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에 그동안 진압작전을 미뤄왔다』며『그러나 자체해결이 불투명하고 2백여명의 부상자가 생기는 등 폭력사태가 계속되고 있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공권력 개입배경을 설명.
○…이원건씨 등 파업지도부 간부들은 29일 아침 TV뉴스 등을 통해 공권력투입 소식을 전해듣고 긴장하는 표정.
이들은 기자들에게『경찰이 오늘 들어온다는 것이 사실이냐』고 몇 차례나 묻고『기어이 피를 흘리자는 것인지…』라며 침통한 기색.
공권력투입 때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을 결의한바 있는 파업지도부는 이에 따라 이날 오전11시 대운동장에서 파업근로자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체집회를 갖고 공권력투입 때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를 논의하고 각자 흩어져 소화기 투척연습 등「임전태세」에 돌입.
근로자들은 철제 사다리·자전거 등으로 텐트촌 앞 3중 바리케이드를 보강했으며 노조 사무실 앞에 설치된 프로판가스통의 개폐장치를 점검하고 안전모·쇠파이프 등 개인장비를 챙기는 한편 텐트촌 주변에 볼트너트 등 쇠뭉치와 화염병을 쉽게 손닿는 자리에 준비해두는 등 마치「전장」의 분위기.
지난 주말부터 거처를 비밀장소로 옮긴 이 위원장은『경찰력에 밀릴 경우「극한 방법」 을 쓰겠다』고 말하고 있다.
○…파업근로자들의 급박한 움직임과는 달리 회사측은 이미 준비가 다되어있다는 듯 느긋한 분위기.
오래 전부터『이번 사태가 아무리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끝날 것』이라고 강조해온 회사간부들은『회사 내 주요시설 및 장비보호·인원대피 등에 대한 계획은 이미 수립되어 있다』며『돌발적인 불상사나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등 자신만만한 표정.
그러나 일반관리직사원 및 조업근로자들은 공권력투입 소문을 듣고 일손이 잡히지 않는 듯 삼삼오오 모여 수군거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한 경비원은『지겹게 끌어온 유혈충돌이 이제 끝나는 거냐』고 묻고『파업근로자들이 결코 경찰력에 못 미치겠지만 만약 1∼2명이라도 죽는 사람이 나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조짐이라고 걱정.
○…노동부는 현대중공업에 대한 공권력 투입방침이 결정된 29일 장영철 장관이 오전7시30분부터 열린 관계장관 회의에 참석하는 한편 이룡준 차관실에서 실·국장회의를 열고 침통한 표정으로 대책을 협의.
노동부는 막바지까지 경찰력의 개입 없는 사태해결을 주장하며 중재노력을 해왔으나 정부 및 국회의 각종 중재와 28일의 범 울산시민조정협의회의 중재도 실패로 끝나자 허탈한 표정.
노동부 관계자는『노사 및 노조갈등이 난마처럼 얽혀 있어 정말로 풀기 어려운 사태』라며 파업지도부 55명을 전격 해고하는 등 강경 일변도인 회사측과 적법절차에 의한 집행부 재구성노력을 뒷전에 미루고「실세」주장만 해온 파업지도부 측을 모두 비판.
○…노동부는 그동안 국·과장급의 조정 반을 5차례 현대중공업에 보내 서태수·이원건 측을 대좌시키기는 했으나 해결엔 끝내 성공하지 못했고 국회도 3월10일 공청회를 갖고 14일과 22일에 노사양측을 불러 조정을 시도했으나 역시 실패.
노동부 측은 서·이씨 아닌 제3자를 총회소집권자로 하는 방식에 의한 집행부 재구성이 끝내 이루어지지 않아 아쉬운 표정이면서 결국 공권력으로 해결케 된데 대해 자책하는 모습들.
○…경남 도경은 진압 작전개시와 관련, 최근 잇따른 취재기자 폭행사태를 의식했음인지 관할 울산경찰서에「기음」완장 1백개를 준비토록 하고 도경 출입기자용 완장 2O개를 추가 제작하는 등 신경을 쓰는 모습.
도경 간부는『이번 작전은 쌍방간의 피해가 클 것』이라고 걱정하면서·그러나『어떠한 경우에도 경찰의 기자폭행은 없도록 해놓았다』고 엉뚱한 생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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