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전입 3번' 대법관 후보자가 위장전입 유죄 내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상환 대법관 후보자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머리를 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김상환 대법관 후보자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머리를 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서초·도봉구 지역에서 위장전입을 3번 한 사실을 시인한 김상환 대법관 후보자가 과거 자신이 맡은 재판에서 위장전입(주민등록법 위반)에 유죄 판결을 한 이력이 공개됐다. 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4일)에서 자신의 위장전입에 대해 "법관으로서 부끄럽게 생각하고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6일 대법원 등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서울중앙지법 형사부 재판장 시절(2012년) 북한산 송이버섯 국내 반입 사업을 추진했던 김모(62)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씨에게 검찰이 적용한 혐의는 국가보안법·주민등록법·여권법 위반 등이었다.

김 후보자는 이 가운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김씨가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소속 요원으로부터 '군사 장비를 사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를 시도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 증거가 없다고 본 것이다.

다만 뉴질랜드 시민권자인 김씨가 한국 여권을 발급받아 사용한 여권법 위반 혐의는 유죄를 인정했다. 실제 거주하는 곳은 뉴질랜드지만 대북 사업 시작 직전인 2010년 7월 자신의 주소가 부산 연제구에 있는 건물이라고 입국 신고해 주민등록법을 위반한 혐의도 유죄로 판결했다.

위장 전입은 주민등록법 위반으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선고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위장전입자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위장전입 범죄자'라는 비난이 나왔다.

그러나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지원한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유죄로 판단한 부분의 핵심은 주민등록법 위반이 아니라 여권법 위반”이라며 "김 후보자의 위장전입은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김 후보자가 판사로서 위장전입 혐의를 무죄로 판결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해명했다.

김 후보자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제청한 6번째 대법관 후보다. 이 가운데 김 후보자를 포함한 5명이 위장전입이나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 등으로 도덕성에 타격을 입었다. 김 후보자는 2001년엔 서울 강남의 아파트를 사면서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사실도 이번 청문회에서 밝혀졌다.

그럼에도 '김명수 체제'의 대법원이 아직 명학한 대법관 추천 원칙을 정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청와대는 지난해 11월 '2005년 7월 이후로 자녀 학교 배정 관련 등으로 위장 전입을 두 차례 이상 했을 때' 등 7가지 공직 배제 원칙을 발표했는데, 대법원은 이 정도의 기준도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안철상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후보자 시절 서울 여의도 국회 대법관 임명동의에 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2월 안철상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후보자 시절 서울 여의도 국회 대법관 임명동의에 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위장전입과 다운계약서 기록은 유행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어 심각한 문제 의식도 없는 상태”라며 “김명수 대법원장이 고위 법관 임명에서 음주운전과 논문표절, 세금탈루와 같은 의혹에 대해서 배제하는 기준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