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잘 살라던 아버지가…” 백석역 사고 희생자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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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8시43분께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백석역 3번 출구 인근에서 발생한 온수 배관 파열 사고로 주변에 수증기가 가득 차 있다. 김성룡 기자.

4일 오후 8시43분께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백석역 3번 출구 인근에서 발생한 온수 배관 파열 사고로 주변에 수증기가 가득 차 있다. 김성룡 기자.

백석역 온수관 파열 사고로 변을 당한 사망자 송모(67)씨의 사연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송씨는 결혼을 앞둔 둘째 딸과 예비 사위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변을 당했다고 5일 CBS노컷뉴스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송씨는 이날 경기도 고양시 백석역 인근 식당에서 딸 송모(28)씨와 예비 사위를 만나 저녁을 먹고 8시 30분쯤 헤어졌다. 그리고 10여분 뒤 백석역 인근 도로에 매설된 지역난방공사 온수관이 파열됐다.

송씨의 차량은 사고 현장에서 발견됐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송씨는 화상을 입고 숨진 채 차량 뒷좌석에서 발견됐다. 수증기가 일대에 자욱해 앞을 분간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4일 오후 고양시 백석역 근처에서 지역 난방공사 배관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오후 고양시 백석역 근처에서 지역 난방공사 배관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둘째 딸 송씨(28)는 “오후 11시50분쯤 경찰서로부터 연락을 받았는데 조금 전까지 웃으며 밥을 먹었던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면서 “내년 4월에 결혼하는데 아빠는 손자·손녀 보다 너희 둘만 잘 살면 된다고 자주 말씀해 주셨다”라며 울먹였다.

고인은 20년 전 부인과 헤어진 뒤 혼자 생활해 오며 매주 한두번은 큰딸 내외 또는 작은 딸과 저녁식사를 해왔다.

연락을 받고 수원에서 올라온 큰 사위 박모(49)씨도 “이번 주말 저녁을 먹기로 어제 통화했는데 이게 무슨 일이냐”라며 갑작스런 장인어른의 죽음에 망연자실했다고 노컷뉴스는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송씨는 사고 직후 물이 차 안으로 쏟아지며 화상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 중이다.

전날 오후 8시 41분쯤 발생한 온수배관 파열 사고로 고양시 일대 2800여 가구의 온수 공급이 중단됐다. 이 배관은 95℃에서 110℃ 사이의 뜨거운 물을 아파트에 보내는 파이프인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송씨 외에도 중상자 1명의 생명이 위독하며 29명이 화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갔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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