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경지역 "휴대전화 꼼짝 마!"

중앙일보

입력

북한은 최근 전국적으로 휴대전화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내부 정보가 국경지대를 통해 외부로 유출되는 사례가 늘자 이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본지가 22일 단독 입수한 ‘국경지대에서의 대공전화기(휴대전화)사용에 대하여’라는 북한 문건에서 확인됐다.

이 문건에 따르면 지난 1월 함경북도 회령시 성북리에서 어떤 남자가 미국 영화 등 10여편의 영화를 유포하려는 임무를 받고 넘어와 휴대전화로 내부 활동 상황을 외부와 연락하려는 것을 적발했다고 소개했다.

이와함께 지난 1월엔 국경지역에 사는 두 여성이 돈에 눈이 어두워 북한 훈장과 메달 5개,골동품 2점을 팔려고 통화가 잘 되는 도로에서 휴대전화로 상대방을 호출하다가 잡혔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이 문건에서 국경지역에서 불법적으로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당과 국가,군대의 비밀을 모두 누설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북한은 또 ‘적(敵)’들이 중국에 무역거래나 개인여행을 하러 간 주민들을 돈으로 매수해 휴대 전화를 지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국경 세관들이 무역거래자나 개인여행자의 화물·가방속에 휴대전화가 감춰 들어오지 못하도록 검사를 철처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당과 근로단체 조직들에게 국경지역 주민들에 대한 사상교양 사업을 더욱 강화해 국경지역에서 사상적 방어진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5일자 노동신문은 북한 전역에 올들어 40여개의 이동통신 기지국을 완공해 곧 모든 지역에서 휴대전화의 사용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해 11월부터 평양과 함경북도 나선시부터 GSM(유럽형이동전화)방식의 휴대전화를 사용하기 시작했다.이에 앞서 조선중앙방송은 지난 8일 “평양과 평양-향산 관광도로,평양-개성,원산-함흥 도로 등 중요 도로와 그 주변의 시·군에 현대적인 이동통신망을 개통했다”고 보도했다.
고수석 기자 ssk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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