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고장에선] 특기적성 교육비 유용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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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내 고교들의 특기적성 교육 및 자율학습 운영 방식이 논란을 빚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광주지부는 23일 광주 일반계 고교의 특기적성 교육비 유용 의혹을 제기하고 교육과정 정상화를 주장했다. 한편 광주시내 고교 교장들은 자정결의 형식을 통해 특기적성 교육 및 자율학습을 교육부 지침대로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광주 일반계 고교에서 특기적성 교육 및 자율학습은 상당부분 개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학부모들의 대응이 주목된다.

◇ 특기적성 교육비 유용 의혹=전교조 광주지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광주 일반계 고교 26곳이 지난 해 특기적성 교육비 25억원에 대한 회계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관리비 등 명목으로 횡령.세금포탈을 한 의혹이 있어 부패방지위원회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전교조 측은 이들 학교는 광주 일반계 고교 전체 42곳 중 특기적성 교육비를 10% 이상 회계처리하지 않은 곳이라고 덧붙였다.

이들 학교는 실제 특기적성 교육비를 낸 학생수나 교육시간 등을 줄여 영수증 처리하고 나머지는 교장과 교사들이 나눠 쓴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17일 광주시교육위원회 윤봉근 위원은 광주시교육청에 대한 행정사무감사 질의를 통해 "K공고는 3학년 진학반 학생 2백80명으로부터 매월 2천여만원의 특기적성 교육비를 거둬들인 뒤 이 가운데 40%를 유용해 왔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지난 3월 1인당 7만9천원씩 무통장 입금했으나 3만3천원씩만 입금처리됐고, 4~8월까지는 5만원만 회계처리되고 나머지 2만8천~2만9천원씩은 회계처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학교 교장 A씨는 "학교에서 받는 특기적성 교육비와 별도로 학부모 대표들이 자율학습 지도비를 거둬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과정에서 일부 착오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교조 관계자는 "특기적성 교육 명목으로 심화반.선택반 등을 편성해 보충수업을 하는 것도 모자라 학부모들로부터 돈을 걷어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야간 자율학습의 경우 초과 근로수당 등을 확보한 뒤 희망 교사에 한해 지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야간 자율학습과 관련, 학교 시설물을 개방하되 지도교사는 없게 하라고 지시했으나, 일선 고교들은 학기별로 10여만원에 이르는 야간 자율학습비를 학부모 대표 등을 통해 징수하고 있으며 담임교사들은 30만~40만원씩 수당을 받고 있다.

◇ 교장단 자정 결의=광주시 58개 국.공.사립 고교 학교장들은 지난 22일 결의문을 내고 특기적성교육 및 자율학습을 운영함에 있어 교육인적자원부 지침에 따라 규정대로 시행할 것을 다짐했다.

교장들은 "교육적 성과를 높이기 위해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해 민주적인 학교 경영이 되도록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광주 사립 일반계 고교장 대표인 손길웅 광주대동고 교장은 "학부모.동창회 등의 요구로 일선 학교에서 자율학습을 실시했으나 이에 대한 논란이 계속돼 이를 강행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밝혔다.

손교장은 "수능시험을 앞둔 고3 학생들의 경우 돈을 징수하지 않고 담임교사 등이 참여하는 야간자율학습을 실시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 전망=음성적인 야간 자율학습비 징수 관행을 없애겠다는 교장단 결의에 따라 다음달부터 고 1,2학년 학생들은 담임교사의 지도 관리없이 자율학습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 학교에 따라 야간 자율학습비를 먼저 거둔 학교는 다음달 학습비부터 반환해 줄 계획이다.

광주 S고 김모 교사는 "수당도 없이 밤늦게까지 남아 봉사할 교사가 얼마나 되겠느냐"며 "시설만 개방할 경우 1,2년생들의 야간 자율학습의 형태는 크게 바뀌어 오후 6시 이후면 대부분 귀가해 학원을 찾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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