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공립 유치원 40% 땐 사립 1020곳 문 닫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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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계획한 대로 2021년까지 국공립 유치원 비율 40%를 달성하면 사립유치원 1020곳이 필요없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교육부가 국회에 보고한 내부 문건에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저출산 현상이 심각한 상황에서 급격한 국공립 확대가 정부 재정에 큰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교육부, 국회에 유치원 전망 보고 #저출산 심화, 입학 대상 크게 줄어 #학부모들 국공립 확대 바라지만 #전문가, 급격한 확대엔 우려 #“정부재정에 부메랑 돼 돌아올 것”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2일 교육부가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유아 증감에 따른 사립유치원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유치원 입학 대상인 만 3~5세 유아 수는 올해 135만 명에서 2021년 112만 명으로 감소한다. 실제로 2021년 취원 예정인 2017년 출생자 수는 35만7771명으로 2016년(40만6243명)보다 4만8000여 명 줄었다.

교육부는 이를 바탕으로 2021년 이후 사립유치원 현황을 네 가지 시나리오로 예측했다. 먼저 현재 25.5%인 국공립 비율을 2021년까지 40%로 늘렸을 경우다. 지금의 유치원 취원율(50%)이 유지될 경우 사립유치원 1020곳이 필요없게 된다. 전체 사립유치원(4220곳)의 24.2%에 해당한다.

두 번째는 취원율이 55%로 높아질 경우다. 이때는 필요없는 사립유치원 수가 697곳으로 줄어든다. 보고서는 “취원율이 증가하는 것은 가처분 소득이 늘 경우”라고 설명했다. 가정에서 쓸 수 있는 여윳돈이 많아지면 상대적으로 학부모 부담이 큰 유치원 취원율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세 번째는 국공립 비율이 30%에 머물고 취원율이 50%로 유지될 경우다. 이때 사립유치원은 487곳이 남아돈다. 네 번째는 취원율이 55%로 높아질 때다. 이때는 오히려 사립유치원 115곳이 추가로 필요하게 된다. 보고서는 “유치원은 의무교육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며 “현재의 유치원당 평균 유아 수(105명)가 유지된다는 전제 아래 향후 전망을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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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국공립 확대 의지는 어느 때보다 강하다. 지난 10월 교육부와 더불어민주당은 “2021년까지 국공립 유치원 2600개 학급을 신설해 비율을 40%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학부모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예정대로 국공립 유치원을 확대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공립 확대 계획은 일부 사립유치원이 ‘폐원’을 고려하는 상황에선 학부모를 안심시킬 수 있는 대책이 된다. 그러나 급격한 확대는 정부 재정에 부담이 된다. 곽상도 의원은 “국공립 40% 확대에 따른 재정추계를 교육부에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라며 “국공립의 유아 1인당 월평균 지원 예산이 사립의 2배 이상인 걸 감안하면 향후 상당한 ‘혈세’가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곽 의원은 “정부가 ‘국공립 확대=세금 확대’란 설명은 하지 않고 무조건 밀어붙이기만 하는 건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학부모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묻지마’ 확대도 문제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2021년까지 국공립 40%를 맞추려면 초등학교에 딸린 병설 유치원을 많이 세울 텐데 학부모가 원하는 것은 독립적인 단설 유치원”이라며 “무작정 학급 수만 늘린다고 수요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특히 “국공립 유치원은 사립보다 운영시간이 짧아 맞벌이 가정에선 섣불리 보낼 수 없다”며 “급격한 국공립 확대보다 사립을 잘 관리하는 게 비용·효과 측면에서 더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병설유치원의 돌봄 기능을 활용하면 맞벌이 부부도 얼마든지 믿고 맡길 수 있다”며 “구체적인 대책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재정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선 “국공립 예산이 많은 건 대부분 인건비 때문”이라며 “최저임금 수준에 가까운 사립교사의 임금을 끌어올려 교육의 질을 높이는 차원에서 봐달라”고 해명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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