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百年無計 교육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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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11시쯤 국회 교육위원회의 교육인적자원부에 대한 국정 감사에선 결코 웃어 넘기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의원들이 판교 신도시에 학원단지를 조성하는 계획을 놓고 정부 부처 간 협의가 있었는지를 잇따라 추궁한 직후였다.

답변에 나선 서범석 교육부 차관은 "지난해 9월과 올 5월 사실상 부처 간 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이에 앞서 윤덕홍 교육부총리는 "사전 협의가 없었으며 신문을 보고 알았다"고 밝혔다. 尹부총리가 이를 까맣게 모르고 있었거나, 아니면 거짓말을 한 셈이다.

학원단지 조성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난 8일. 이때라도 尹부총리는 제대로 상황을 챙겼어야 했다. 더욱 딱한 것은 교육부 관리들조차 제대로 현황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다. 건설교통부 발표 다음날 한 국장급 간부는 건교부에 전화를 걸어 "사전에 협의 좀 하지 그랬느냐"고 했을 정도다. 徐차관도 한 의원이 관계 부처 협의 사실을 입증하는 문건을 내밀자 부랴부랴 확인에 나섰다.

한 국장은 "담당 실무자들이 바뀐 데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차관이 퇴임했기 때문"이라고 변명했다.

이러니 '사교육비 경감 방안'마련을 위해 고심 중인 교육부의 방침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학원단지 조성 계획이 나왔는데도 尹부총리 등이 입을 굳게 다물었는지 모른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문제 등으로 홍역을 치렀던 교육부 공무원들이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더 이상 이런 말을 들어선 곤란하다. 그들 손에 국가의 백년대계가 달려 있기에 하는 말이다.

김남중 정책기획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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