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죽은 얼굴마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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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네 도밍게스(24.스페인 라요 발예카노). 브라질의 깜찍한 미녀 축구스타다. 최근 자국의 월드컵 여자대표팀에 선발되는 행운도 얻었다. 도밍게스의 애칭은 '호나우디냐(여자 호나우두)'다.'축구황제'호나우두의 부인이기 때문에 얻은 이름이다. 호나우두(27.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와의 사이에 세살난 아들도 두고 있다. 한마디로 '남부러울 것 없는 팔자'다.

이러한 도밍게스가 요즘 우울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미국 월드컵 무대를 밟았지만 마치 바늘방석에 앉은 듯 좌불안석이다. 아무런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한국시간) 벌어진 한국과의 예선 첫 경기에서도 제외됐다. 실력이 처진다는 이유에서다.

여기까지는 그런대로 참을 수 있다. 당초부터 자신의 대표팀 발탁이 '홍보용'이라는 사실을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 축구팬들이 이렇다할 관심조차 보내지 않는 건 견디기 어렵다. 브라질 언론마저도 철저하게 도밍게스를 외면하고 있다.

사실 도밍게스의 대표팀 발탁은 정책적 판단에서 내려진 조치였다. 브라질축구협회는 브라질 내의 완고한 '마초(남성 우월주의)문화'속에서 여자축구의 붐을 일으켜보려는 심산에서 도밍게스 카드를 뽑아들었다.

도밍게스의 명성과 미모를 앞세워 축구 팬들의 시선을 붙잡아보려는 의도였던 것이다. 그러나 도밍게스의 발탁은 아무래도 '실패작'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도밍게스가 이처럼 곤란한 처지로 내몰리고는 있지만 그녀의 과거는 화려했다. 도밍게스가 5만5천1백87회의 리프팅(발로 공차올리기) 여자 세계기록 보유자임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1979년 상파울루시에서 6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그녀는 18세 때인 97년 이 기록을 세웠다.

도밍게스는 이후 피아마몬차(이탈리아).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등 유럽 클럽팀을 돌며 '유럽 최고의 여자축구선수'로 이름을 날렸으나 무릎 부상이 악화하면서 지난해 말부터 퇴조기미를 보였다.

도밍게스는 95년 우루과이에서 열린 아메리카컵 대회 당시 호나우두를 처음 만났다. 그러나 연인 사이로 발전한 것은 99년 7월 호나우두가 전화로 상파울루의 한 레스토랑에 초대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해 9월 호나우두는 "도밍게스가 임신했으며 우린 크리스마스 이브에 결혼식을 올릴 것"이라고 전격 발표했다.

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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