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오는데 뮤지컬 관람이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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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나라당은 23일 노무현 대통령의 뮤지컬 관람을 거듭 공격했다.

최병렬 대표는 "태풍이 오고 있는데 대통령은 한가하게 측근들과 모여 앉아 뮤지컬을 봤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백악관과 비교했다. "미국에 태풍이 왔을 때 백악관은 부시 대통령과 요르단 국왕의 만남 등 외교일정까지 모두 중지한 채 국민과 함께 대피훈련을 했다. 어마어마한 태풍이 불어닥쳤는데도 사망자가 17명에 불과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고 했다.

崔대표는 "주무책임자인 행자부 장관(김두관 전 장관)은 공무원들에겐 동원령을 내려놓고 자신은 추석을 쇠러 고향에 갔고, 해양부 장관(허성관 현 행자부 장관)은 태풍이 오는데도 바다에 떠 있는 목재들을 방치해 엄청난 피해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직무유기는 다른 나라 같으면 내각 전체의 진퇴가 걸린 문제로 커질 것"이라며 "이번 국감에서 우리 당 의원들이 철저히 따져봐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박진 대변인은 盧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논평을 냈다.

청와대는 대응을 자제했다. 윤태영 대변인은 뮤지컬 관람 논란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통령의 언급은 없었다"고 답했다. 유감 표명을 검토하느냐는 물음엔 "더 이상 말할 게 없다"고 했다.

정만호 의전비서관은 기자들과 만나 "당시 청와대 내부에서 관람을 취소하자는 얘기도 나왔지만 (대통령이) 그날 하루종일 두 차례인가 태풍 대책회의도 주재하고 상황 보고를 다 받은 뒤 일과후 저녁시간이라 그냥 했다"고 말했다. 鄭비서관은 "오래 전에 잡아놓은 일정이었다"며 "잘못이라면 우리 비서들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盧대통령은 같은 날 대책회의를 주재하지 않았다.

尹대변인은 추후 "鄭비서관이 사실 관계를 착각한 것 같다"며 "그날 盧대통령은 상황 보고를 받았고 다음날 회의를 주재했다"고 정정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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