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 널리 알려지지 않아 아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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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198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흑인 작가 월레 소잉카(69)가 23일 경북 경주를 찾았다.

24일부터 열리는 '2003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해 '대화'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드림소사이어티'의 저자 롤프 얀센 등 석학들과 함께 '문화의 다양성'에 관한 경주선언을 채택하기 위해서다. 그의 한국 방문은 2001년에 이어 두번째. 나이지리아가 낳은 세계적인 작가이자 아프리카 흑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잉카는 '검은 대륙을 고발한 흑인 문학의 승리자'로 통한다. 곱슬머리 백발에 흰 셔츠 차림을 한 소잉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문화의 다양성을 강조했다.

"문화가 모두 같다면 여행할 필요 없이 집에서 책이나 보면 될 것입니다. 다양성 자체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인권 유린도 문화라며 간섭하지 말라는 주장은 경계해야 합니다."

소잉카에게 노벨상의 영광을 안긴 '해설자들' 이란 작품은 부패하고 천박한 가치가 지배하는 아프리카 사회에서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지식인을 통렬히 비판, 아프리카 최고의 민족소설이란 찬사를 받았다. 그는 이날 "문학은 즉각적이진 않지만 다양하게 스며들어 시간이 흐르면서 효과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잉카는 한국문학에 대해 "비행기 안에서 한국시(詩)를 읽었다. 한국문학이 세계에 많이 알려지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또 한국문학의 노벨상 가능성을 묻자 "상을 받겠다는 목적이 앞서면 안 된다"며 "한국에도 훌륭한 작가가 많다"고 했다. 소잉카는 67년 조국 나이지리아로부터 독립하려는 비아프라를 도운 혐의로 2년간 투옥됐다. 그는 당시 독방에 있으면서 글을 쓰지 못하게 하자 화장지 등 눈에 띄는 종이마다 메모해 후일 '그는 죽었다'라는 산문을 쓰기도 했다.

그는 94년 11월 나이지리아 군사정부의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했다. 그는 이라크전쟁과 관련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큰 실수를 한 것은 아이들도 다 알 것"이라며 "미국 사회가 기만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주=송의호,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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