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 얼굴뼈 고쳐줄 「재단」 만들겠다-백병원 성형외과장 백세민 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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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보기 흉한 얼굴 때문에 거리를 활보할 엄두도 못내는 숱한 얼굴뼈 기형환자들에게 삶의 빛을 안겨주는 게 최대의 꿈입니다.』
한쪽 턱이 없거나 얼굴모습이 완전히 비뚤어진 기형이면서도 비싼 수술비를 댈 수 없어 실의에 빠져있는 사람들을 위해 「안면기형재단」(가칭)의 설립에 나선 인제대 의대 백세민 교수(46·백병원 성형외과장).
기형으로 태어난 아들이 부끄럽다고 혼자 도망쳐버린 비정의 아빠를 둔 어느 5살 난 꼬마, 대낮에 꼭 한번만이라도 떳떳이 시장에 가고프다고 흐느끼던 20대 처녀…….
백 교수는 이처럼 선천적·후천적 「기형」 때문에 깊은 시름을 안고 사는 환자들을 대하면서 무언가 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고 말했다.
『국내에는 현재 줄잡아 10만 명의 기형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하지만 2주일 입원과 수술에 무려 4백만∼5백만 원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가난한 환자들은 방안에 스스로 갇혀 지낼 도리밖에 없겠지요.』
매년 2백 50명의 기형환자를 수술하고 있는 백 교수는 평소 안면 있는 독지가그룹이 보내온 기금을 바탕으로 지난해 2명에게 완전무료, 13명에게 실비로 기형수술을 해주었다고 밝힌다.
그러나 그늘에 숨어있는 환자들을 일일이 찾아내 그들의 깊은 상처를 아물게 하기에는 역부족.
때문에 금년 들어 「심장재단」과 같은 법인형태의 기구를 설립하기로 마음먹었다.
현 단계에서 절실히 필요한 것은 기업인·재력가들의 따스한 온정이다.
백 교수는 『법인이 출범할 때까지는 개인적으로 도움을 주는 독지가들의 기부금과 수술 팀의 작은 희생으로 매월 4∼5명의 극빈자들에게 무료 또는 최소한의 경비로 수술을 해 줄 계획이라고 밝힌다.
그는 미국 의학계의 조사결과 흉악범의 60%가 자신의 용모나 결함에 심한 열등감을 갖고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얼굴기형은 반사회적 성격을 형성시킬 우려가 있다며 그 이전에 이들을 바로 잡아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법인의 설립취지에 찬성하는 단체·개인이나 ▲얼굴뼈 기형의 수술을 원하는 환자들은 서울백병원 성형재건·안면기형 교정연구소(273-8140)로 연락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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