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폴란드 한랭 전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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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폴란드와 이웃 독일 사이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불거진 과거사 논쟁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폴란드 등 동유럽권에서 쫓겨난 수백만 독일계 주민을 추모하는 단체인 '독일 추방자 협회'가 지난 봄부터 "국가예산을 지원받아 수도 베를린에 추방자 연구센터를 세우자"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추방 당시 많은 독일인들이 희생되고 재산피해를 보았음을 강조하며 "폴란드 등 동유럽권 국가들에 책임을 묻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자 2차대전에서 6백만명이 희생된 폴란드가 발끈하고 나섰다. 레체크 밀러 폴란드 총리는 "동유럽권 주민과 독일인들을 죽음과 고통으로 내몬 것은 히틀러"라며 "추방자 연구센터 건립에 독일 국가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묵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태가 악화하자 두 나라의 총리는 22일 독일 서부 겔젠키르헨에서 긴급 회담을 했다.

이들은 추방자 연구센터를 베를린이 아닌 곳에 설치하고 설치와 운영을 유럽연합(EU)에 맡기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감정싸움이 언제 재연할지 모른다는 것이 양국 주민들의 반응이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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