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의 힘 … "현대미술이 쉬워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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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전시를 만들고자 하는 기획자에게 좋은 작가를 발견하고 발굴하는 일은 보물을 얻는 것 같은 쾌감을 준다.

'아름다움'전(10월 16일까지 서울 신문로 성곡미술관.02-737-7650)과 '유쾌한 공작소'전(10월 5일까지 서울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02-2124-8960)은 작가를 찾아 헤맨 큐레이터들의 노고를 느낄 수 있는 재미있는 전시다.

"현대미술에서 찾은 '아름다움'이 미술관 안팎에 퍼져 대중과 함께 호흡하며 일상과 예술 사이의 거리를 좁히기를 바란" 신정아 성곡미술관 수석 큐레이터나, "공작자(工作者)로서의 미술가와 이들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작품들의 공작품적 성격에 초점을 맞춘" 박파랑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원 모두 "현대미술은 어렵다"는 관람객들의 불평을 씻어 없애고 누구나 와서 즐길 수 있는 놀이공원 같은 전시장을 만들기에 애쓴 흔적이 또렷하다.

22명 화가와 조각가가 참여한'아름다움'전은 '아름답다'는 형용사에 대한 작가들 나름의 해석을 작품 자체로 보여준다. 아름다움은 김점선씨에게 "번개처럼" 번쩍하는 것이고, 박소영씨에게는 "치유.서러움.번뇌.숨구멍"이며, 조각가 안규철씨에게는 작품 '흔들리지 않는 방'(사진)이 그려내듯 "넋을 놓게 만드는 것, 침묵하게 하는 것, 정화하는 것"과 비슷한 상태다.

'유쾌한 공작소'전은 제목 자체가 전시의 뜻을 드러내고 있다. 손보다 머리가 더 성하게 된 현대미술에 노동의 땀방울을 돌려주자는 뜻이 강하다. 출품 작가들은 밤샘을 밥먹듯 하며 '밖으로 나온 인간의 뇌'인 손을 쓴 작품들로 전시장을 채웠다. 1만원권, 5천원권, 1천원권 지폐의 배경이 된 풍경을 확대한 동영상 속에 사람을 배치한 전준호씨의 합성 애니메이션이나 버려진 스치로폼으로 우주기지국을 건설한 나인주씨는 미술을 수공업과 놀이터로 바꿔 놓아 보는 이까지 즐겁게 만든다.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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