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귀족형 홈스쿨링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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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국 상류층 사이에서 학교에 다니지 않고 대신 전 과목을 가정교사에게서 배우는 개인 교습 방식의 '홈 스쿨링 (Home Schooling:가정 내 교육)'이 부활하고 있다.

그간에도 학교 대신 가정에서 부모가 자녀를 직접 가르치는 홈 스쿨링이 있어 일부에서 적잖은 호응을 얻어 왔다. 그러나 기존의 홈 스쿨링은 주로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자녀가 대상이었다. '대안(代案) 교육'인 셈이다. 그러나 요즘 번지고 있는 개인 교습 방식의 홈 스쿨링은 문제아가 아닌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는 학생들에게 실력 있는 가정교사를 붙여 집에서 더욱 잘 가르치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집에서 가정교사와 함께 공부하는 숫자는 최근 확 늘어 전체 110만 명의 홈 스쿨링 학생 중 21%인 23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미 교육부 조사 결과 나타났다고 5일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이에 따라 현재 미국에선 '프로페셔널 튜터 오브 아메리카' 등 홈 스쿨링 전문 가정교사 알선 회사들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이들 회사는 아예 학생들의 교과 과정과 진도 등을 점검해 주는 전문가들까지 확보하고 있다.

미 상류층이 수백 년 전처럼 가정교사를 통한 개인교습 방식을 선호하는 건 우선 개인의 능력과 성향에 맞는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들은 학생에게 신경 써 주는 면에선 개인 가정교사가 최고라고 믿는다는 것이다. 또 장기간의 해외여행에 자녀를 동반하길 바라는 상류층 부모들은 아예 가정교사까지 데리고 다니면서 여행 중 공부를 시키기를 원한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더불어 빡빡한 학교 일정에 맞출 필요 없이 언제 어느 곳에서든 사정에 맞게 공부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반면 이 같은 개인교습 방식에 비판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 가정교사에게 의존하는 개인 교습으로 교육을 할 경우 무엇보다 학생들이 또래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아예 없거나 극히 제한되면서 사회성을 제대로 기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최근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학습 부진 학생들의 성적 향상을 위해 개인교습을 장려하는 추세여서 가정교사를 동원한 새로운 홈 스쿨링은 더욱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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