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정점 찍고 내리막길 접어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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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경기가 정점에 도달해 내리막길로 접어들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나왔다. 지표상 경기가 좋았어도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별로였는데, 지표마저 나빠지면 실제 경기는 어떨지 걱정이다. 최근 주식시장의 주가는 경기의 하강을 예고하듯 앞서 떨어지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6일 재고와 출하 관련 지표로 미뤄 우리나라 경기가 정점에 근접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연구소는 '최근 재고 흐름과 경기' 보고서에서 "1분기 이후 재고순환선이 하락세로 전환됐고 4월 중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다시 80% 이하로 하락했다"며 "재고 흐름으로 본 최근 경기는 정점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고순환선은 출하증가율에서 재고증가율을 뺀 것으로, 보통 경기 정점 부근에서는 재고증가율이 출하증가율을 웃돌면서 음의 값으로 돌아선다. 보고서에 따르면 재고순환선은 작년 3분기에 양으로 전환된 뒤 지난 1분기까지 3분기 연속 양의 값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작년 3분기 0.6이었던 재고순환선은 같은해 4분기 6.2까지 상승했으나 올해 1분기와 4월에는 각각 5.4, 3.8을 기록하며 점차 하락하는 추세다.연구소는 이처럼 1분기 이후 꺾인 재고순환선이 곧 '0'에 근접하며 상반기에 경기 피크 신호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특히 제조업 재고율이 지난 1월 89.1%에서 4월 96.8%로 3개월 연속 상승한 반면, 4월 평균가동률은 3월보다 2.4%포인트 급락한 79.1%에 그친 사실도 이 같은 경기 정점 근접론의 근거로 제시됐다.

업종별로는 재고.출하 지표상 음식료.섬유.기계 업종의 경기가 부진하고 전기.전자 등 수출 주력업종은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를 쓴 김범식 수석연구원은 "지난 1 ̄5월 수출은 두 자릿수 증가세를 유지했으나 다른 경기관련 지표는 경기 둔화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며 "원고 및 고유가로 하반기 기업의 생산활동 둔화가 예상되므로 기업은 재고 관리와 신규 수요 창출에 힘써야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하강은 주식 및 부동산 등 자산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상을 차단해주는 효과를 낳아 자산 버블을 부풀릴 가능성도 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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