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팅(선지급)이 가능하시겠습니까? 총재님께서 큰 거 1장을 요구하십니다."
2011년에도 '육영재단 복귀한다'며 계약금 명목으로 돈 받기도 해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사업에 납품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1억원을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 2년을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는 박근령 전 이사장을 징역 1년 6개월과 집행유예 2년, 박 전 이사장의 수행비서였던 곽모씨에게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2심을 확정한다고 23일 밝혔다. 박 전 이사장에게 1억원의 추징금도 청구된다.
2014년 1월 ,박 전 이사장의 수행비서였던 곽모씨는 고향 후배로부터 한국농어촌공사가 발주하는 배수개선사업에 납품하고 싶어하는 사회복지법인 대표 정 모 씨를 소개받았다. 이에 박 전 이사장은 2014년 4월 26일 서울시 강남구에 있는 한 커피숍에서 정 씨에게 “공공기관에 납품하는 것을 도와주겠다. 앞으로 사업에 많은 도움을 주겠다”고 말한 뒤 그 대가로 5000만 원짜리 자기앞수표 2장을 받았다.
정 씨는 160억 규모로 발주 예정인 한국농어촌공사 전북지부의 개발사업에 수문과 모터 펌프 등을 수의계약으로 납품할 수 있도록 이들에게 부탁했다. 곽 씨는 "총재님(박근령)께서 움직이시려면 법인이 믿을만한 업체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면서 "선배팅(선지급)이 가능하시겠냐. 총재님께서 큰 거 1장(1억원)을 요구한다"고 제안했다.
1심 재판부는 박근령 전 이사장의 수행비서인 곽 씨가 "이 사실은 총재님께 보고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과 당시 발주 책임자인 한국농어촌공사 간부와 박근령 측이 실제로 만나 사업 수주를 약속하지 않아 박근령 전 이사장에게는 죄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재판부는 당시 곽씨가 매일 일정을 박 전 이사장에게 보고하는 등 박근령 전 이사장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보고 공동정범의 책임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런 일은 대통령 직속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지난해 7월 박씨를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며 알려졌다. 재판부는 '개인의 비리에 그치지 않고 공직사회의 공정성과 불가매수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당시 박근령 전 이사장은 육영재단 운영권을 되찾아오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소송을 진행하며 재산을 탕진하고 거액의 채무만 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판결 뿐만아니라 2011년에는 '자신이 육영재단 이사장에 곧 복귀할 예정'이라고 속여 육영재단 주차장을 임대 계약금 명목으로 7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약식기소돼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조소희 기자 jo.so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