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 "열악한 근무환경 환자 안전 위협…준법진료 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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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서울대 의대 본관 앞에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가운데)이 준법진료에 나설 것을 선언하고 있다. 김태호 기자

22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서울대 의대 본관 앞에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가운데)이 준법진료에 나설 것을 선언하고 있다. 김태호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의사의 법정 근로시간을 지키는 ‘준법 진료’를 선언했다. 의사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환자 안전을 침해하는 요인이라는 것이 의협의 주장이다.

전공의 주 88시간·봉직의 주 52시간 근무 지켜라 #최 회장 “충분한 휴식 없이 환자 진단 가능하겠나” #집단휴진은 안해…병원협회와 협의안 만들 것

최대집 의협 회장은 22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나라 의사 평균 진료 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2.3배에 이른다”며 “의사들의 근무환경 보장을 통해 국민의 진료환경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에 따르면 전공의들은 최대 주당 88시간(수련 80시간, 교육 8시간)을 초과하여 수련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또한 연속 수련 후 10시간의 휴게시간을 보장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야간 진료 및 수술 등으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최 회장은 “전공의들은 근로자이며 교육생이라는 이중적 지위에 있다”며 “이로 인해 관련 법률이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됐음에도 전공의들의 당직 근무표가 따로 작성되고, 병원에서 80시간 이상 근무량이 전산입력 되지 않도록 막는 등 법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정법을 지켜 전공의들의 근로자 지위를 회복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협은 대학병원 교수 및 봉직의도 근로기준법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보건업은 노사가 합의하면 주 52시간 근무가 적용되지 않는 특례업종이다. 최 회장은 “보건업종이 근로기준법 예외업종으로 지정되어 있더라도 대표자와 합의가 되면 주 52시간 진료가 가능하지만, 상급종합병원에선 단 1건의 서면 합의도 없는 게 현실”이라며 “특례업종이라 하더라도 11시간의 휴게시간을 지켜야 하는데 이 역시 전혀 지켜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의협은 준법진료 선언을 계기로 병원 내 전공의와 전임의, 교수, 봉직의(병원 소속 의사)의 주당 근무시간을 준수하는 데 힘쓸 방침이다. 전공의의 경우 법으로 규정된 주당 수련시간 80시간을 준수토록 수련병원에 요구하고, 병원 의사의 휴식시간을 보장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최 회장은 “오늘의 발표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전 의료기관에서 정착될 때까지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며 “앞으로 정부와도 제도적 장치마련을 위한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최 회장은 “오늘 발표가 집단휴진 등의 집단행동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근로기준법 등 실정법 준수를 위한 선언에 국한됐다”고 밝혔다. "대한병원협회 등 관련 단체와 협의했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협의하지 않았다”며 “향후 구체적인 협의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봉직의들의 주 52시간 준수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선 “바로 시행되면 병원 업무가 마비될 것인데, 봉직의들의 업무량을 줄이고 추가고용을 위한 재정 투입 방안을 정부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협은 이와 함께 무면허자와 무자격자의 의료행위 금지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최근 파주 한 병원에서 적발된 대리수술에 대해 검찰고발 등 강한 조치를 했다”며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해선 제보를 접수해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kim.ta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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