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혼자가 아니야’…50대 싱글남들이 바라본 세상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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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작가다 회원들과 함께 하늘공원 출사 사진. [정광준 사진작가]

나도작가다 회원들과 함께 하늘공원 출사 사진. [정광준 사진작가]

"보이지도 않는데 무슨 사진을 찍으라는 거냐"  

망막질환으로 앞을 잘 볼 수 없는 김문식씨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사진을 찍어본 적이 없다. 앞이 보이지 않는 자신에게 카메라는 쓸모없는 도구였다. 지난 6월 서울 양천구에서 추진하는 '나비남 프로젝트'의 사진 교실 '힐링 포토 나도 사진작가'에 합류하며 변화가 시작됐다. 김씨는 피사체에 가까이 다가가 손으로 만져보고, 감각으로 셔터를 눌렀다. 보이지 않아도 사진은 찍혔다. 그렇게 자신의 눈으로 본 세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김씨의 사진은 오는 26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지구촌 교회 사랑 채플 카페에서 열리는 '힐링 포토, 나도 사진작가 사진전'에서 또 다른 세상을 만난다. 이번 사진전에는 김씨를 비롯해 50대 싱글남 4명이 6개월 동안 작업한 사진들이 전시된다.

마음으로 찍고 사진으로 소통하는 힐링포토, ’나도 사진작가“ 회원들 . 하늘공원 야외 촬영 실습 중 [서울 양천구 제공]

마음으로 찍고 사진으로 소통하는 힐링포토, ’나도 사진작가“ 회원들 . 하늘공원 야외 촬영 실습 중 [서울 양천구 제공]

양천구는 지난 2017년부터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뜻을 담아 '나비남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역에 거주하는 50대 싱글남들의 정서적 지원을 위한 모임으로 지난 6월부터는 '마음으로 찍고 사진으로 소통하는 힐링 포토, 나도 사진작가' 사진 교실을 열었다. 제이크 이미지연구소의 대표 작가인 정연호씨, 사회복지공무원이자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정광준씨 등 전문가 2명이 싱글남들과 함께했다.

사진 이론부터 야외촬영, 작품 감상 및 품평까지 수준 높은 사진 수업을 진행했다. 서로 마음을 나누며 사진을 찍다보니 자신감과 자존감 회복으로 이어졌고, 감춰져 있던 감수성이 사진에 묻어나왔다.

건강이 좋지 않아 외출을 꺼리던 황석원씨는 이제 혼자서도 출사(出寫)를 나간다. 황씨는 "처음으로 배우는 재미를 알게 되었고, 아직 부족하지만,그동안 배운 실력으로 지인들의 사진을 찍어주기도 한다"며 소회를 밝혔다.

싱글남들을 도와 사진작업을 함께 한 정광준씨는 "각자의 이유로 사회와 단절됐던 싱글남들이 사진 교실을 통해 건강한 사회인으로 변신하게 됐다"며 "전시회에 와서 사진작가로 당당한 걸음을 내디딘 회원들을 따듯하게 격려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전시는 오는 26일부터 12월 1일까지 서울시 양천구 신정동 지구촌 교회 사랑 채플 카페에서 열린다. 이어 12월 6일에는 신정동 늘사랑교회 교육관과 야외공간에서 '티타임과 함께 하는 소소한 사진전'으로 주민들을 찾아간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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