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수원에 모인 108명 판사 대표들, ‘법관 탄핵’ 논의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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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 3차 임시회의가 열리고 있다. 당시 법관대표회의에선 '양승태 사법부 시절' 재판거래 의혹 관련 문건 생산 진앙지로 지목받는 법원행정처 개편 방안 등 총 7개 의안을 논의했다. [연합뉴스]

지난 9월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 3차 임시회의가 열리고 있다. 당시 법관대표회의에선 '양승태 사법부 시절' 재판거래 의혹 관련 문건 생산 진앙지로 지목받는 법원행정처 개편 방안 등 총 7개 의안을 논의했다. [연합뉴스]

전국 각지의 판사 대표들이 모여 재판거래 의혹에 연루된 법관 대상 ‘탄핵 촉구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판사 평의회 격인 ‘전국법관대표회의’가 19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2차 정기회의를 시작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인 올 4월 만들어진 법관대표회의에선 총 119명의 판사 대표가 모여 사법부 내 각종 현안을 논의한다. 최기상(49ㆍ사법연수원 25기) 법관대표회의 의장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기도 하다.

이번 회의에선 재판거래 의혹을 놓고 검찰의 집중 수사 대상에 오른 법원행정처 폐지 등 8개 공식 안건뿐 아니라 사법부 독립성을 침해한 의혹을 받는 현직 법관들에 대한 탄핵 촉구안이 논의된다. 재적 대표(119명) 가운데 현재까지 108명이 참석했다.

이번 안건은 차경환(47ㆍ사법연수원 27기) 지원장 등 대구지법 안동지원 판사 6명이 지난 12일 “형사법상 유ㆍ무죄 성립 여부를 떠나 위헌적 행위였다는 점을 스스로 국민에게 고백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공론화됐다. 대구지역 법관대표는 총 3명이다.

법관 탄핵은 입법부(국회)에서 표결로 결정하기 때문에 실제로 판사 회의에서 다룰 ‘탄핵 촉구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은 없다. 그렇지만 결의안이 통과된다면 국회에서 논의되는 탄핵소추 주장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박주민(45)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법관에 대한 탄핵 논의를 본격 시작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헌정사상 탄핵이 된 적은 없지만, 최근의 사태는 전례 없는 일”이라며 “법관도 국민 배반 행위를 하면 탄핵당할 수 있다는 준엄한 헌법의 원칙을 입법부가 확인해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출석 판사 과반 동의할 경우, '법관 탄핵' 국회 논의 탄력

법관 탄핵에 대해선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이론상으로는 탄핵이 가능하다”면서도 “실제 이번 의혹에 연루된 판사들이 재판거래를 했다는 사실관계도 확정되지 잖은 상황에서 탄핵 논의는 이르다”고 말했다.

실제 법관회의에서 탄핵 촉구 결의안이 의결될 수 있을지는 회의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법관회의에 출석한 법관대표 과반 찬성을 얻어야 의결될 수 있다.

헌법상 법관은 독립이 보장되기 때문에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국회의 탄핵 절차로만 파면시킬 수 있다. 국회 재적의원(299명)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탄핵 소추안을 발의해 본회의에서 과반수가 찬성할 경우, 헌법재판소가 최종 결정을 내린다. 헌재는 심리를 거쳐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의 찬성으로 파면 결정을 내린다. 헌법은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로 탄핵소추 요건을 정하고 있다.

법관대표회의에 참석한 판사들은 회의를 마친 뒤 이날 오후 6시30분 김명수 대법원장과 만찬을 갖는다. 법관대표회의 송승용 공보판사는 “대법원장이 말씀하신 대로 사법개혁에 있어 평판사들의 말씀을 듣고 싶어하시니 평소 법관들의 생각을 가감 없이 전달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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