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업계-외국 업체 상륙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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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영화계에 이어 음반 업계에도 외국 레코드사가 잇따라 한국에 직접 상륙하고 있다.
그라모폰·데카 등과 함께 세계 5대 라벨의 하나로 손꼽히는 영국의 EMI 레코드사가 3월말부터 본격적인 한국 시판을 시작하며 미국의 WEA레코드사도 출반을 준비중이다.
이밖에 미국의 CBS와 RCA등도 국내 레코드사와 라이선스 계약이 끝나는 대로 직접 진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외국 레코드사들이 직접 진출하자 국내 레코드사들과 음반 도매상들은 한 때 외국 레코드사의 위탁 제작과 판매를 거부하는 등 거센 반발을 보이기도 했으나 지난 24일 EMI를 한국 음반 협회 회원으로 받아들이면서 슬며시 후퇴하고 말았다.
EMI레코드사는 지난해 10월 도서 출판 계몽사와 7대 3의 비율로 합작 회사 EMI-계몽사(사장 이관철)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국내 진출을 모색했다.
그러나 국내 레코드사들이 여기에 반발해 한결같이 레코드의 위탁 제작을 거부하자 EMI-계몽사는 옛 대성 음반의 생산 시설을 임대, 제일 레코드사를 설립하고 독자적으로 최신 제작 시설을 보강했다.
이 제일 레코드사는 연간 카세트테이프 5백80만개, 레코드 4백50만장의 생산 능력을 갖췄다.
EMI-계몽사는 또 판매 전문 회사인 EMI-AV사를 설립, 지난 1월부터 EMI 본사에서 들여온 CD전집을 방문 판매하기 시작했다. 또 이달말 레코드 8종을 공륜에 심의 신청, 3월말부터는 본격적인 레코드 시판에 나설 계획이다.
미국의 팝 전문 레코드사인 WEA도 지난해 12월 지사를 설립하고 곧 출반을 시작할 예정이다. WEA는 레코드 제작을 오아시스 레코드사에 위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외국 레코드사의 직접 진출은 국내 음반 시장 질서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국내 각 레코드사 음반 판매량은 정확히 집계되지 않고 있으며 출반 된지 몇 년이 지나도 모두 반품이 되는 등 생산·판매 질서가 어지러운 실정이다.
EMI-계몽사 측은 『공정한 판매 행위를 통해 시장 질서를 바로잡는데 기여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또 외국 레코드사의 직접 진출로 국내 레코드 값은 다소 오를 전망이다.
그러나 다양하고 활발한 레퍼토리의 출반을 갈구해온 레코드 팬들의 기대는 상당히 충족될 것으로 보인다.
EMI는 세계 클래식 레코드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대표적 라벨이지만 지난해까지 EMI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온 오아시스 레코드사가 충실하게 출반 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미미한 반응이었다.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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