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학생들 한국 경제 발전에 큰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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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하던 우리 대학생들의 중국 연수는 최근 급속히 발전되는 양국간의 관계 개선 덕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 체제가 다른 세계에 사는 중국인, 특히 중국의 젊은이들은 한국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또 우리 젊은이들이 중국에 대해 갖고 있던 인식은 얼마나 정확한 것이었는지를 비교해 보는 작업은 여행기간 중 가장 흥미 있는 일이었다.
우선 중국 방문기간 중 여러 중국인들과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만나보고 느낀 인상은 중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중국인들이 한국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렀다는 것과 한국에 학생 시위가 많다는 것, 그리고 한국이 급속한 경제 성장을 했다는 것 정도였다.

<올림픽·학생 시위도 알아>
그밖에 우리의 문화와 습관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고 있었으며 관심 또한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또 중국인들의 남북한 관계에 대한 인식도 거의 미미한 실정이었는데 이것은 그들의 지도 표기에 상징적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즉 그들이 사용하는 지도 중 조선이라고 적힌 한반도의 지도 위에는 굵은 고딕체 글씨로 「평양」이 표기되어 있고, 「서울」이라는 지명은 깨알만 한 글씨로 적혀있어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거의 알아보지 못할 정도인 것이다.
북한과 혈맹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이 한국에의 접근 문제는 우리들의 생각처럼 그렇게 간단하고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젊은 대학생들은 체제와 이념을 떠나 상당히 진보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상해의 명문학교인 복일 대학에서 만난 세계 경제학과 1학년생 오상원 군은 한국의 급속한 경제 발전에 대해 커다란 관심을 나타내 보이며 『중국이 낙후된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국가와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한국의 경제 발전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이러한 경향은 북경대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북경대 도서관학과 2학년생인 소연 양과 대화를 나눈 뒤 우리 일행은 자본주의나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따지는 체제 경쟁이 얼마나 무익한 일인가 하는 느낌을 공유케 되었다.

<자본주의국과 협력 필요>
북경에서 만난 조선족 학생들은 『한국의 대학생들이 북한에 대해서 커다란 호기심과 관심을 갖고 있듯이 중국에 유학 와 있는 북한 유학생들도 한국에 대해 커다란 관심을 갖고 있으며 한국의 서적이나 한국 관계 자료들을 비밀리에 구해 보고 있다』고 귀띔해 주었다.
북경 조선족 청년 학회 부비서장으로 있는 김훈씨의 다음과 같은 말은 우리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해주는 그 무엇이 있었다.
『외국에 나가 공부할 때 같은 민족인 남북한이 서로 헐뜯고 싸우는 것을 보고 커다란 비애를 느꼈다. 이념과 체제를 떠나 우리는 같은 민족이 아닌가. 우리 재 중국 조선족 3, 4세대들은 1, 2세대들의 뒤를 이어 조선 민족의 얼과 전통 역사를 간직하기 위해 조선말을 잊지 않고 있다.
정치는 정치가들에게 맡기더라도 학자와 학도들은 끊어진 핏줄을 잇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할 것이다.
중국을 방문하면서 중국에 대한 우리의 생각도 대단히 바뀌었다.
처음 떠나기 전에 우리는 중국에 있는 동안 우리의 신변 보호를 위해 중국의 경찰들이 호위하거나 감시할 줄로 생각했다.
또 북적거리는 인파 속에 침체된 분위기의 잿빛거리 모습을 연상했다.
그러한 우리들의 생각은 중국의 몇몇 도시를 돌아보는 동안 완전히 뒤바뀌었다.
우리 일행에 대한 경찰의 보호나 감시도 없었고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활기에 차 있었으며, 지저분한 뒷골목과 거리도 있었으나 수십 층의 고층 빌딩이 즐비하게 숲을 이룬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자전거 전용도로 인상적>
특히 90년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북경은 세계의 어느 도시와도 견줄만한 국제적인 도시였다.
바둑판 모양으로 사방으로 곧게 뻗은 넓은 도로와 그 위를 질주하는 벤츠와 일제 고급 승용차 등 적어도 외형상으로는 오히려 서울을 능가하는 듯이 보였다.
인상적인 것은 어느 곳에나 자전거 전용 도로가 마련되어 있어 고급 외제 승용차들과 중국산 자전거들이 나란히 거리를 달리는 모습이었다.
현지 안내원에 따르면 북경의 이 같은 모습은 중국이 1979년 개방 정책을 추구하기 시작한 이래 불과 10년만에 이루어진 것으로 현재의 도시 규모는 당시에 비해 5배 이상 커진 상태라는 것이다.
그러나 화려한 호텔이나 고층 건물 등은 거의 모두가 외국 자본에 의해 건설되거나 합작으로 건설된 것이었고 고급 승용차도 모두가 외제였다.
보통 시민들이 호텔을 출입하거나 자동차를 소유하기란 꿈속에서나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도 빈부나 계층 차이는 엄연히 존재하는 듯했다.
그 숫자는 많지 않지만 고급 장교나 국가 기관의 고위 관료들은 보통 인민들과는 커다란 차이가 나는 높은 수준의 소비 생활 수준을 누리고 있었다.
이에 비해 대다수 인민들의 생활 수준이나 국가로부터의 혜택은 커다란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소비 생활 면에서는 자본주의 국가에 많이 뒤떨어지지만 국가로부터의 혜택은 더 많이 받는 편이었다.
예를 들면 국가에서 교통비와 이발비까지도 내주는 것은 물론 인플레가 생기면 그 비율만큼 국가에서 보조금을 지급 받는데 이를 「물가 보조비」라 부르며 설날과 같은 명절에도 국가 보조비가 기본급의 2배 정도 나온다는 것이다.
이번 여행기간 중 무엇보다도 놀란 점은 중국의 군대는 의무병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직업 군인제라는 것이었다.

<국가서 교통·이발비 지급>
특히 사회주의 국가라고 하면 강제로 동원된 많은 수의 군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연상하지만 중국의 군대는 국가에서 평균 임금 수준 이상의 보수와 혜택을 받으며, 대학생의 경우 재학 중 1개월 가량의 군사 훈련만을 받고 우리 나라의 민방위대 비슷한 조직으로 편입된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결국 정치적인 것보다는 경제적인 것이 우위에 있는 것 같았고, 이러한 경향은 중국에 불어닥친 개방 물결과 때를 같이하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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