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ㆍ미 ‘워킹그룹’ 첫 회의 19, 20일 양일 중 열린다

중앙일보

입력

이도훈(오른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면담을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이도훈(오른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면담을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북한 비핵화와 대북제재 이행 등을 논의할 한국과 미국 간 '워킹그룹'이 19, 20일(현지시간) 양일 중 워싱턴에서 첫 회의를 갖고 정식 출범할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미 정부 관계자는 14일 "미국 측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등 관련 부처가 워킹그룹에 참여하기로 결정됐으며 인원은 한·미 양국이 각각 6~7명 전후로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아직 (대북 제재 관련 부처인) 재무부가 이 워킹그룹에 들어올지 여부가 최종 확정되지 않았으나 포함될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워킹그룹의 책임자는 한국 측이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 미국 측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로 정해졌다.
한국 측에선 외교부 외에 청와대 국가안보실, 통일부의 3개 부처·기관 관계자들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 청와대·외교부·통일부 참여, #미국은 국무부와 NSC 등 참여할 듯 #워킹그룹 출범에 북한 반발 가능성

당초 워킹그룹은 다음 주 중 이 본부장이 워싱턴을 방문해 비건 대표와 인원 구성, 운용방안을 둘러싼 협의를 할 예정이었으나, 양측의 조율이 원활하게 진행됨에 따라 이 본부장을 비롯한 한국 측 멤버들이 19일(현지시간) 워싱턴에 도착해 1차 회의까지 여는 방향으로 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다음주 후반부터 추수감사절 연휴가 시작되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의에선 당초 지난달 말까지 이뤄질 예정이던 남북철도 연결을 위한 공동조사 착수, 대북 인도적 지원 등 남북 간 협력사업을 논의하는 것은 물론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진척 상황에 대한 점검도 동시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양국 간 철도 공동조사에 대한 미국 측의 수용 방침이 이번 워킹그룹 1차 회의 후 공식 발표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달 31일 북한의 비핵화와 대북제재 이행, 유엔 제재를 준수하는 남북협력에 대한 긴밀한 조율을 강화하기 위해 11월 중 한미 워킹그룹 설치에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워킹그룹은 북미 비핵화 협상의 속도에 비해 남북관계 발전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데 따른 '한미 엇박자' 논란을 불식하려는 목적으로 출범이 추진됐다. 향후 양국은 워킹그룹을 수시로 개최해 북한 비핵화·대북 제재·남북협력 사안들을 조율할 방침이다.

하지만 한미 양국 간 워킹그룹 출범 방침에 북한이 강하게 반발한 바 있어 이번 회담에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 지 주목된다.

북한은 지난 9일부터 대외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 '메아리' 등을 통해 한미 워킹그룹을 '소통이 아닌 간섭기구', '미국의 간섭과 전횡'이라며 연일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메아리'가 '우리 겨레는 외세의 간섭을 배격한다'는 논평을 통해 "북과 남이 손을 맞잡고 우리 민족끼리의 단합된 힘으로 화해와 협력, 평화번영의 새시대를 열어나가는데 대해 매우 못마땅해하는 세력이 있다. 바로 북남관계발전을 달가워하지 않는 미국"이라며 "얼마 전 미국이 남조선당국을 사촉해 대북정책과 제재이행, 북남협력문제 등을 협의하기 위한 '한미실무팀'을 내오기로 합의한 것만 보아도 이를 잘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논평은 또 "한미실무팀 조작놀음에는 남조선을 '한미동맹'의 틀에 더욱 철저히 얽어매놓고 북남협력사업들에 나서지 못하게 항시적으로 견제하고 제동을 걸며 저들의 비위에 거슬리면 아무 때나 파탄내려는 미국의 흉심이 깔려있다"며 "북남관계문제에 대한 미국의 간섭과 전횡을 우리 겨레에게 대중적인 반미기운만을 고조시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다른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도 '오만한 간섭, 굴종적 처사'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속도조절론을 내들고 남조선당국에 압박을 가하고 있던 미국이 얼마 전 북남관계에 대한 항시적인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려는 흉심 밑에 그 무슨 '한미실무팀'이라는 것을 11월 중에 정식 내오기로 남조선당국과 합의한 것이 바로 그렇다"고 주장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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