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도"과잉 진료"말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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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의사들의 과잉진료를 억제하고 진료의 질을 높이기 위한 연구가 미국에서 한창이다.
「유 에스 뉴스 앤드 월드리 포트」최근호에 따르면 미 의료계와 행정부·보험 업계는 「표준진료지침」을 마련키 위해 나름대로 묘안을 짜내는데 심혈을 쏟고있다는 것.
이같은 움직임은 의사들의 진찰·치료 행위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과학적 지식보다는 오히려 의사개개인의 습관·선호도 등에 따라 이뤄지는 경향이 있어 부적절한 진료가 결코 적지 않다는데서 비롯되고 있다.
미 의학계 통계에 따르면 매년 배부통(등 부분의 통증)환자 20만명이 디스크 수술을 받고있는데 이중 30∼40%는 수술이 부적절한 경우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또 매년 수술을 받는 협심증 환자 25만명 중 14% ▲수정체의 백내장 적출 수술을 받는 1백30만명 중 20% ▲심장병으로 의심돼 혈관조영술 검사를 받는 1백50만명 중 15% 등 숱한 환자들이 적절치 못한 검사 또는 수술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조사결과에 따라 의료비 부담이 큰 보험업계는 의료진의 진료행위를 표준화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내놓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센타모니카의 보험회사 VHS사는 이미 의료 평가 시스팀(MRS)이라는 소프트웨어 상품을 개발, 진료행위의 적절성 여부를 판단해 의료계의 진료에 상당부분 제동을 거는 현장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가장 보편적인 의료절차 36개에 대한 수천개의 상세한 지침을 담고있는 이 시스팀은, 예컨대 어떤 의사가 관상동맥 조영술을 받도록 환자에게 권할 경우 환자와 보험회사 담당간호사가 컴퓨터 프로그램에 따라 10∼15분간 문답을 주고받아 검사실시 여부를 결정토록 도와준다.
이 시스팀을 텍사스주에서 시험한 결과 의사가 추천한 진료 절차 중22%가 시스팀의 기준에 부적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보험회사가 의사에게 자문을 구한 뒤 8%의 경우에 대해 의료 형태를 바꾸도록 유도했다는 것.
국민의료 보장비의 20%를 부담해야하는 미 행정부도 진료행위의 표준화를 통한 의료비 상승의 억제를 꾀하고 있다.
미 의료 보장 재정국(HCFA)은 협심증·관절염·배부통 등 주요증세에 대한 진단·치료법을 상호비교, 평가하는 임상실험에 쓸 예산을 올해 5천만∼1억달러(87년 1천만 달러)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한편 미 의학 협회는 부적절한 연구 데이타가 마련될 경우「신성불가침의 의사-환자」관계가 침해받을 것을 크게 우려, 신축적인 가이드라인의 도출을 서두르고 있으며 미 심장학회·내과학회 등도 빠르면 올해 안으로 표준의료행위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 회원들에게 나눠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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