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자살충동은 가정불화·학교성적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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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오늘의 한국 10대들은 자기표현 욕구가 강하고 개방적이며 돈·지위보다 자기 능력과 취향에 맞는 생활을 더 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부모와의 갈등 및 학업성적에 따른 고민으로 가출·자살 충동에 휘말리는 청소년도 많다.
학생월간지『하이틴』이 창간3주년 기념으로 최근 중앙일보사 부설 여론조사 기관인 중앙SVP와 함께 전국 14∼19세의 청소년 2만1천5백20명을 대상으로『한국 10대들의 의식구조』에 대해 설문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가정생활에 문제가 있다는 응답이 77%에 이른다. 가정문제의 구체적인 내용은 부모의 과잉기대 30%, 부모의 불화 23%, 경제적 곤란 14%, 형제간의 불화 13%, 부모의 관심 부족 11%등의 순서.
아버지가 갖춰야할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는 자유로운 가정 분위기 조성(49%), 가정에 충실(36%), 돈을 잘 버는 일(10%), 사회적 지위(4%)등이었다. 여성의 사회참여에 찬성하는 청소년이 92%에 이르지만 어머니의 가장 중요한 역할에 대해서는 살림에 충실해야 한다(40%)거나 가정문제의 해결사가 돼야한다(33%), 가정교육에 충실해야 한다(22%)는 의견이어서 가치관의 갈등을 드러냈다.
생활능력을 잃은 부모에 대해서는 모시고 싶은 형제가 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경우가 30%로 가장 많고 그밖에 장남 26%, 부모가 함께 살고 싶어하는 형제 24%, 형편이 나은 형제 18%등의 순서.
또 제사는 현실에 맞도록 간소하게(57%), 대학진학의 목적은 취업이나 결혼을 위해(37%), 학교는 인격보다 지식을 배우는. 곳(43%)이라는 등 실용적·현실적인 경향이다. 이미 성교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13%며, 첫 경험시기는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16세 무렵이 가장 많다.
살아있는 한국인 가운데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는 노무현 의원 14%, 김대중 평민당 총재 ·노태우 대통령 각각 8%등 정치인이 가장 많은데 존경하는 현존 인물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무 응답자도 40%.
탈선이나 비행을 저지르고 싶은 충동(69%), 가출충동(84%), 자살충동(83%)을 느끼게 되는 원인의 60∼70%가 가정불화 및 학교성적으로 나타났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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