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 호랑이, 성철…스님과 11인의 인연 담은 책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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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성철(사진) 스님은 '존경받는 스님'을 가리는 여러 조사에서 늘 1위에 손꼽힌다. 스님이 열반한 지 13년이 지난 지금, 세상은 더 어수선하고 그래서 스님 같은 참다운 종교적 의지처가 더욱 그립기 때문일 것이다.

성철 스님은 '가야산 호랑이'로 불렸다. 수행을 제대로 하지 않는 납자들은 시쳇말로 박살을 냈다.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이 막내 수좌 시절 봉암사에서 겪은 일이다. 법전 스님이 자신이 깨친 걸로 알고 인가를 받으려 성철 스님을 찾아갔다. 성철 스님은 법전 스님에게 몇 마디 건네 보곤 대번에 그를 마당에 내동댕이쳤다. 그리곤 선방으로 달려가 양철통의 물을 한 수좌의 머리에 들이붓고 그 옆에 있는 스님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또 다른 스님의 머리에는 놋쇠 향로를 덮어씌워 재 범벅을 만들고는 바람처럼 휭 나가 버렸다. 이유는 오직 하나. 공부를 열심히 안 한다는 것이었다.

성철 스님에게 엄한 면모만 있은 건 아니었다. 스님은 특히 어린이를 좋아해 즐겨 같이 장난을 치기도 했다. 스님을 만난 사람들은 박람강기(博覽强記)에, 사람의 심리를 꿰뚫는 비범함에, 철두철미한 규칙적 생활에 놀랐다.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과 입적한 일타 스님, 김선근 동국대 교수, 현승훈 화승그룹 회장 등 11명이 쓴 '가야산 호랑이를 만나다'(아름다운인연 간)에는 그런 성철 스님과의 인연이 가득하다.

직지성보박물관장 흥선 스님은 성철 선사의 눈빛을 이렇게 전한다. "사람을 끌어들여 푸근히 감싸주는 자비로운 눈빛도 아니었다. 차라리 그것은 사람을 격발시키는 떨쳐 일어서게 하는 그런 눈빛이었다. 지금도 그런 눈빛을 무어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 또한 수행자의 눈빛이라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어휘를 찾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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