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사는 문제만 해결해 준다면 독재자라도 좋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철권 독재자라도 국민의 먹고사는 민생 문제에 성공했다면 대승적으로 용서할 수 있다?

인권을 탄압했던 수하르토(84.사진)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과거 행적에 대해 인도네시아 국민이 예상보다 관대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타라 통신은 2일 여론조사기관 '인도네시아 서베이 서클(LSI)'이 지난달 17~20일 자카르타 시민 438명을 면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5.1%가 "수하르토의 과거를 용서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조사 대상의 50% 정도는 "수하르토를 용서하되 법치 확립을 위해 국고 횡령 등 부패 혐의에 대한 법적 제재 절차를 계속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검찰이 수하르토의 병세 악화를 이유로 기소 절차를 중단하기로 한 데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54.9%가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수하르토의 집권기간 치적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63.9%가 "수하르토는 성공한 대통령"이라고 평가했다.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응답은 17.9%에 그쳤다.

또 수하르토가 경제를 잘 챙겼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56.1%였다. 수하르토의 집권기간 경제 상황이 집권 이전이나 퇴진 이후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무려 69.6%나 됐다.

특히 수하르토 퇴진 이후 민주화와 개혁을 부르짖고 있는 이른바 '개혁 질서 체제'보다 독재체제였던 수하르토 시절이 더 낫다는 여론이다. 그만큼 인도네시아 국민은 경제 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았던 수하르토 시절에 강한 향수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장세정 기자

◆ 수하르토=인도네시아의 군 출신 정치인. 1966년 실권을 장악한뒤 98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퇴진할 때까지 32년간 장기 집권했다. 초대 대통령을 지낸 수카르노 시절의 비동맹 중립 노선에서 벗어나 친미·반공 정책을 폈다. 그의 집권기에 인도네시아는 비교적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이뤘으나 직권 말기에 외환위기를 겪기도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