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마찰·반미 감정등 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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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해설>27일 「조지·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은 그 형식에서 색다르다.
우선 방한기간이 불과 5시간여 라는 것은 처음있는 일이고 일본엔 조문사절로 오고 중국은 토·일요일 이틀 밤을 자면서 한국엔 고작 다섯시간이냐는 것이 시비 거리가 될 수도 있으나 한국·중국·일본을 보는 미국의 기본 시각 및 주한미군의 존재 등이 감안된 일정같다.
당초 한미 양국은 노태우 대통령의 3, 4월경 방미를 놓고 협의를 벌였었다. 「히로히토」일왕의 사망이라는 돌발사가 생기지 않았으면 노 대통령의 방미문제가 지금쯤 절충되고 있을 시점이다.
미국 정부는 상황 변화가 생기자 이번 기회에 아시아 몇 개국을 순방할 계획을 세웠으며 첫번째 목적은 중국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고르바초프」소련 서기장의 평화공세에 적절한 구상을 해야하는「부시」대통령으로서는 5월로 예정된 중소정상 회담을 앞두고 중국 지도자들에게 미국의 입장을 확실히 전하고 미중 우호를 다시 한번 확인할 필요성을 느꼈음직하다.
따라서 계획초기 미국 측 참모들은 시간이 없는데다 한국에서는 반미시위 등으로 자칫「부시」 대통령의 스타일을 구길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한국을 제외하고 일본·중국만 방문하자는 견해를 제시했었다.
그러나 수만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한국을 제외하는 것은 여러모로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우세해 한국을 포함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미 측은 아직까지 조각도 매듭짓지 못한 국내상황 등을 들어 방한기간을 오래 잡을 수 없다고 해 결국 5시간여 정도로 확정하고 주한 미군기지 방문을 교민 리셉션으로 대치하면서 대신 국회연설을 넣기로 했다.
「부시」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이처럼 △양국 정부간에 해결해야할 시급한 현안이 없고 △「부시」행정부의 대외정책 기조가 수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실질토의보다는 기존 우호관계를 재확인하는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한 외교 소식통은『앞으로 4년간 양국을 이끌어갈 두 정상이 만나 신뢰구축을 한다는 그 자체에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북방정책 추진에 대한 미 측의 경고, 한국내의 반미감정의 확산, 한미간 통상마찰과 무역수지의 불균형 시정 등 한미간의 불편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적어도 원칙수준에서 나마 의견교환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련의 개혁정책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온「부시」대통령으로서는 한국 정부의 북방 정책에 대한「신중한」견해를 표명할 가능성이 짙으며 노 대통령은 북방 정책의 진의를 설명하고 협조를 구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한미간 통상문제도 미 측의 주요 관심사가 될 것이다. 대미 흑자 폭의 축소방안, 수입 개방과 원화 절상 등의 문체에 대한 의견전달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미간의 감정적 대립으로 번져 가는 반미 감정 등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충분히 우려하고 있는 만큼 한미간의 원활한 관계정립을 위해 주한미군의 주둔문제·용산기지 이전·한미 행정 협정개정 등 장애요인을 제거하는 몇 가지 문제들에 대해서는 가시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할 수도 있다. <안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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