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14호 …'왼손투수도 문제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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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니혼햄과의 경기에서 시즌 14호 홈런을 때린 이승엽이 담장을 넘어가는 타구를 쳐다보고 있다. [삿포로 교도=연합뉴스]

"지난해와는 또 다르다. 변화구에 대한 대처 능력이 가장 큰 변화다. 눈에 띄게 좋아졌다. 타격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고, 오른쪽 어깨도 일찍 열리지 않는다."

5월 29일 잠시 한국을 찾은 김성근 지바 롯데코치가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에 대해 한 말이다. 지난해 지바 롯데에서 이승엽을 지도했던 그는 팀 내 외국인선수 비자 수속차 한국에 잠시 들렀다. 귀국 직전 요미우리와 맞대결이 있어 이승엽을 만난 김 코치는 "지난해 30홈런을 때렸을 때보다 더 좋다. 타격 폼이 눈에 띄게 안정됐다"고 칭찬했다.

그의 칭찬처럼 이승엽의 홈런포가 몰아치기의 바람을 타고 있다. 이승엽은 1일 니혼햄과의 경기 2회 초 첫 타석에서 왼손투수 야기를 상대로 시즌 14호 홈런을 걷어올렸다. 최근 5경기에서 4홈런째. 5월에 홈런 8개를 몰아 때리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이승엽은 6월의 시작과 함께 방망이의 열기가 식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시즌 51경기째에 14호를 기록한 이승엽의 홈런 페이스는 146경기를 치렀을 때 정확히 40개라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해 센트럴리그에서 홈런 40개 이상을 기록한 타자는 두 명뿐이었고, 홈런왕은 43개를 때린 아라이(히로시마 카프)였다.

이승엽의 이날 홈런은 펜스가 멀고 높기로 유명한 삿포로 돔 외야 펜스를 훌쩍 넘기는 큰 타구였다. 이승엽은 5회 초 세 번째 타석에서도 홈런성 타구를 때렸으나 우익수가 펜스에 기대며 잡아냈다. 도쿄돔 같았으면 홈런이 될 수 있었던 타구였다.

이날 시즌 14호 홈런이 말해주는 중요한 의미는 왼손타자에게 까다롭다는 왼손투수를 상대로 뽑아낸 시즌 네 번째 홈런이었다는 것. 전날 왼손투수를 상대로만 3개의 안타를 뽑아낸 데 이어 또 한번 왼손투수에게 약하지 않음을 증명해 보이는 한 방이었다. 이승엽은 지난해 지바 롯데에서 왼손투수가 등판하는 날은 주로 벤치에 앉아 있었다.

이승엽은 이날 홈런 포함, 5타수 3안타 1볼넷 1타점 4득점으로 활약, 시즌 타율 0.305로 다시 3할대에 진입했다. 요미우리는 연장 12회 터진 고쿠보의 2점 홈런으로 10-8로 이겼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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