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軍의 수상한 특혜···임종석 'DMZ 영상'에 생략된 보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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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5일 청와대가 화살머리고지 공동유해발굴 홍보 영상에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내레이션을 하고 있다.

지난 10월 25일 청와대가 화살머리고지 공동유해발굴 홍보 영상에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내레이션을 하고 있다.

국방부가 군사 정보 유출 논란을 빚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DMZ 동영상’에 대해 규정된 검열 절차를 생략한 것은 물론 해당 영상을 페이스북 페이지에 공유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엄격한 보안을 강조하는 군이 유독 청와대에 대해선 느슨한 태도를 보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운영위원회와 국방위원회 등에 따르면 청와대가 지난달 17일 촬영한 화살머리고지 공동유해발굴 홍보 영상은 같은 달 25일 공개할 때까지 관할 사단과 국방부의 보안성 검토 작업을 거치지 않았다. 보안성 검토는 군사 정보가 외부에 공개되기 전에 군이 필수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사전 검열 작업이다.

군은 ‘국방부본부 보안업무 및 청사출입관리 예규’를 통해 “보안상 유해하거나 기타 사회적 물의 야기 등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비밀을 제외한 홍보 및 보도자료 등에 대해 보안성 검토를 실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영상 역시 홍보에 사용되는 만큼 보안성 검토 대상에 속한다는 의미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화살머리고지 GP에서 군 관계자로부터 인근 지역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군 관계자가 들고 있는 지도에 특별취급이라는 분류표가 붙어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화살머리고지 GP에서 군 관계자로부터 인근 지역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군 관계자가 들고 있는 지도에 특별취급이라는 분류표가 붙어있다.

특히 영상 속에서 임 실장이 보고를 받는 지도에는 일반인의 접근이 통제된 감시초소(GP), 통문 번호, 수색경로 등이 담겨 있어 군은 이를 ‘특별취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 지도에 공개되지 않는 지역이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군사 정보에 대해 “작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대외비로 관리한다”고 말한 바 있다.

군 관계자는 “민감한 정보가 많은 최전방 영상에 보안성 검토가 실시되지 않은 건 이해가 어렵다”며 “사전에 내용이 걸러졌다면 통문 번호가 노출되는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발생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은 보안사고 위반자 처리기준에 보안성 검토 미실시와 관련된 징계를 명시해놓는 등 관련 절차를 까다롭게 운영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방부 입장에서 상급 기관인 청와대 영상에 보안성 검토를 요구하기 어려워 스스로 사전 절차를 생략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와 군은 군사 정보 유출에 대해 불찰이라고 사과했지만 보안성 검토 작업이 생략된 건 단순 실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국회 국방위 소속 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은 “군사 보안에 성역이 없어야 할 군이 청와대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방부는 청와대 페이스북에 올라온 해당 영상을 공유 형식으로 게시하기도 했다. 무비판적으로 청와대의 홍보 방향에 동참하려다 관련 논란을 확대·재생산한 셈이다. 현재 페이스북 공유 영상은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원본 영상이 내려지면서 사라진 상태다.

“영상 속 지도가 군사 기밀은 아니지만 일부 정보는 비공개가 원칙”이라는 국방부의 입장도 논란을 낳았다. 이 때문에 유튜브의 청와대 계정에는 해당 영상이 통문 번호만 모자이크된 채 여전히 게시돼있다. 김 의원은 “지도 자체를 기밀로 볼 수 있는지 등 최전방 군사 보안 정보에 대해 대대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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