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헐값 매각 논란 피하기 … 계약 무효까진 미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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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2002년 12월 한화그룹이 매쿼리생명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한생명 지분 51%를 인수한 이후 시민단체와 야당은 여러 차례 한화와 매쿼리생명의 이면 계약 의혹을 제기했다. 그때마다 예보나 정부는 "판결을 기다려 봐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정부가 처음으로 대생 매각의 문제점을 언급한 것은 지난해 9월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 자리였다. 당시 박영철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은 "한화의 입찰 방해 혐의에 대한 무죄판결이 항소심에서 변경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판결 후 관계기관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다 그해 11월 항소심에서 입찰 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자 논의는 수그러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예보가 갑자기 국제상사중재위원회에 인수 무효를 요구하는 중재를 신청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예보의 주장은 한화그룹의 컨소시엄 구성에 원천적인 문제가 있으므로 한화의 대생 인수 자체를 무효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 내에서도 "매각 자체를 원천 무효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런데도 예보가 갑작스럽게 중재를 신청한 것은 예보가 갖고 있는 대생 지분 16%를 한화가 추가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콜옵션)의 행사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당초 계약에 따르면 한화는 대생 지분 16%를 내년 말까지 2250억원에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이 가격은 주당 2200원으로 현재 평가가치에 비하면 크게 낮다. 가뜩이나 대생의 헐값 매각 얘기가 적지 않았는데 추가 지분까지 낮은(?) 값에 팔았을 때 발생할 논란을 피하기 위해 예보가 중재 신청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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