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일로 「악마의 시」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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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새먼·루시디」의 『악마의 시』를 둘러싼 파문은 EC의 대이란 외교압력 때문에 회교국가들과 EC와의 외교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EC비회원국인 스위스와 유엔의 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도 「호메이니」 옹의 살해위협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루시디」에 대한 살해위협에 대한 반응은 서구에서 거의 부정적인 폭으로 나타나고 있다.
EC외상 공동성명은 「호메이니」옹의 「루시디」 살해위협은 주권국가들간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과 의무를 위배하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EC 12개국은 모든 각국 국민들의 종교적 감정을 충실히 존중하며 자국 내에서의 사상 및 표현의 자유원칙을 충실히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EC외상공동성명은 또 어떤 경우에도 이 같은 기본권을 위협하는 기도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겐셔」 서독외상은 EC결정은 영국의 입장과 동일함을 나타내는 것이며 이것은 문명과 인간의 가치 및 발표의 자유를 확실히 보장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우」 영국외상도 이란이 폭력을 거부하고 외국의 법률을 존중하기까지 영국과 이란의 정상적인 관계 지속은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종교적 편견의 강요나 강압은 어디에도 자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유럽의회의 영국사회당지도자인 「베리·실」은 영국의, 테헤란 주재영국외교관 철수결정은 조급한 것이라고 비난하고 대이란경제제재 조치와 이란학생들의 EC국가 유학을 재검토하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조치에 따라 이라크와의 종전 후 조심스레 관계개선을 모색해오던 이란의 외교적 노력도 동결상태에 들어가게됐다. 그동안 현실주의적인 온건세력들에 의해 추진돼오던 경제복구계획, 서방세계로부터의 경제적 지원 기대도 당분간은 어렵게됐다.
때문에 그동안 목소리를 높여오던 이란내의 서방과의 관계개선을 주장해 오던 온건세력들이 당황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상대국의 법질서 존중, 표현의 자유 등이 EC각국이 이란에 제재조치를 취한 주요 이유이지만 숨겨진 속셈은 이러한 조치를 통해 이란이 경제적·대외적으로 타격을 받게됨에 따라 강경파 입장의 약화를 노리고 온건파의 입장을 강화시키려는데 있다. <진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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