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계 - 친노계 정계개편 갈등 후폭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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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임론 이전에 먼저 던진다'=이제 정동영 의장을 포함한 당 지도부는 책임론 앞에 섰다. 피해 가기 어려운 국면이다. 정 의장은 조만간 의장직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 의장 측 인사는 "던질 생각을 하고 뛰어든 선거"라며 "당내에서 책임론을 거론하기 전에 먼저 던질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향후 거취와 관련해서는 외유 등 몇 가지 방안을 놓고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데 있다. 책임론의 범위가 불거질 게 뻔하다. 몇몇 의원은 벌써 "패전의 궁극적 원인은 노무현 대통령에게서 비롯된 것 아니냐"고 말한다. 한 초선 의원은 익명을 전제로 "이제 당이 노 대통령과 결별할 때가 온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장이 사퇴할 경우 최고위원들도 전원 동반 퇴진할 공산이 크다. 결국 비대위가 당을 끌어갈 것 같다. 계파 간 분쟁을 고려해 중립적 위치에 있는 강금실 후보가 비대위 위원장을 맡는 방안도 제기된다.

◆ 생각은 있어도, 동력이 없는 정계개편=다음 화두는 정계개편이다. 선거를 며칠 앞두고 정동영계와 친노직계가 이미 신경전을 벌였던 대목이다. 그러나 정작 정계개편도 쉽지 않다는 게 여당의 고민이다. 추진 동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강철 대통령 정무특보는 "과거 DJP 연합 같은 정계개편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결국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는데 이번 선거에서 국민은 열린우리당으로부터 모든 애정과 관심을 거둬들였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오는 게 한나라당발 정계개편론이다. 한 386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는 한마디로 '박근혜 쓰나미'라고 봐야 한다"며 "당장은 박근혜 대표가 대선 후보 입지를 굳힌 선거로 보이지만 오히려 야당 내에서 태풍의 눈을 형성, 엄청난 역풍을 몰고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선거에 승리한 한나라당이 내홍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 단순 통합이냐, 큰 판 짜기냐=그러나 반대론도 만만찮다. 민주당과의 통합과 고건 전 총리 영입을 통해 여당 스스로 2007년 대선 구도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선거전 정 의장이 꺼냈던 통합론도 이쪽에 가깝다. 이런 상반된 입장은 여당 내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 친노 인사들은 단순 통합론을 강하게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인태 의원은 "민주당과의 통합이 지역주의로의 회귀라면 '노심(盧心)'이 동의하지 않을 거라고 추측한다"고 말했다. 결국 친노그룹이 그리고 있는 정계개편은 ▶'민주당과 통합을 통한 호남 안기'가 아닌 '진보와 개혁을 축으로 한 호남지지층 재결집'▶보수 회귀를 거부하는 반(反)한나라당 세력 결집 ▶한나라당 내 진보.개혁그룹과의 통합이라는 3각 연대다. 이 구상은 노무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탈당을 전제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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